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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30 18:51 수정 : 2007.12.30 18:51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지난 10월3일 산시(섬서)성의 한 농민이 야생 ‘화난후’(화남호) 사진을 찍었다며 공개했다. 화난후의 학명은 ‘중국호랑이’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호랑이의 조상이다. 시베리아호랑이를 비롯해 인도호랑이, 벵갈호랑이 등이 모두 이 호랑이에서 갈라져 나갔다. 100여년 전만 해도 중국 전역에 분포했으나, 지금은 화난(화남)지역에만 남아 있기 때문에 화난후라고 부른다. 1990년대 이후 이 호랑이는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화난후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전국을 진동시켰다. 그런데 한 식물학자가 이 사진에 문제를 제기했다. 호랑이의 배경에 있는 나뭇잎과 호랑이의 비례가 맞지 않는다며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목숨을 걸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산시성 임업청은 화난후를 찍은 농민을 편들었다. 사람들은 ‘가짜파’와 ‘진짜파’로 나뉘어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가짜파는 이 사건이 음모에서 비롯했다고 말한다. 산시성이 화난후 보호구를 만들고, 이를 관광지로 개발해 돈을 벌려고 사건을 꾸몄다는 것이다. 진짜파는 사진에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꿋꿋이 화난후의 존재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가짜파들도 증거는 없는 상황이어서 진상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

그때 한 누리꾼이 몇년 전에 출판한 달력에서 한 장의 호랑이 사진을 발견했다. 달력 속의 호랑이는 한 농민이 찍었다는 사진 속 호랑이의 판박이였다. 사진 전문가들도 사진이 교묘하게 합성됐다며 가짜파의 편에 섰다. 그러나 산시성 임업청은 여러 장의 다른 호랑이 사진을 보여주며, 문제 사진의 호랑이가 달력 속의 호랑이와 비슷한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임업국은 ‘중립’을 표명했다. 임업국 대변인은 사진의 진위를 검증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며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가짜파들은 이런 태도는 사실상 하부기관인 산시성 임업청을 감싸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들은 국가기관도 사실을 기만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산시성에선 이전에도 화난후의 흔적이 발견됐다. 다만 화난후의 존재를 증명할 물증을 잡지 못했을 뿐이다. 어쩌면 산시성 임업청은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진위가 불분명한 사진을 진짜라고 우겼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선의의 거짓말’은 요즘 중국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은 영원히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산시성 임업청은 사진이 가짜로 판명되더라도 화난후는 진짜로 존재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화난후를 찾아내지 못해도 화난후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아마 마지막 화난후가 방금 전에 멸종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국가임업국의 대변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영국 네스호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가짜파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온힘을 쏟아 사진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해낸 게 이토록 허무한 일이라는 것을. 민간의 한 우스갯소리처럼 “세상에 가짜만 진짜이고, 다른 것은 모두 가짜일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제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먼 곳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은 가짜를 만드는 사람이나 기관이 소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우리들 가운데 가짜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가짜 영수증은 한 번쯤 만들어봤을 것이다. 공금으로 생필품을 사고선 사무용품을 산 것처럼 영수증을 꾸미는 것 말이다. 이런 사회적 거짓 때문에 간단한 사실을 해명하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 것이다.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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