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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03 19:39 수정 : 2008.02.03 19:39

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세계의창

40여년 전 나는 쓰촨성의 한 탄광에서 제공한 집에서 살았다. 탄광 간부였던 아버지가 분배받은 것이었다. 광부들은 비좁고 허름한 합숙소에서 살았다. 이들은 아내나 가족이 찾아오면 커튼으로 침대를 가리고 귓속말을 해야 했다. 10여년 전 우리 가족은 베이징의 10여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두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이었기에 방을 나누는 문제를 놓고 싸움까지 일어날 뻔했다.

중국은 계획경제 시대에 모든 사람들에게 주택을 보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돈이 많은 직장에선 집이 나왔고, 돈이 없는 직장에선 그러지 못했다. 권력을 쥔 사람은 일찍 입주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뒤로 밀렸다. 최하층 주민들은 정부의 약속과 달리 확실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런 허울뿐인 주택분배 제도는 10년 전 폐지됐다. 사람들은 이제 시장에서 돈을 주고 집을 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관리들은 여전히 직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집을 ‘분배’받고 있다. 예전과 다르다면 단지 자기 돈을 조금 내고 재산권을 산다는 것뿐이다. 그들은 시장 밖에서 여전히 보장을 받는다.

시장에서 집을 사야 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는 ‘경제 적용방’이라는 값싼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베이징에 들어선 이들 경제 적용방의 가격은 ㎡당 2600위안(약 34만원) 정도다. 주변 아파트값보다 3분의 1 정도 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제 적용방은 대부분 면적이 넓다. 별장처럼 멋지게 지은 것도 적지 않다. 게다가 구매자의 소득 수준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저소득층을 위한 경제 적용방이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정부기관에 친구가 있으면 60평이나 되는 경제 적용방을 쉽게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런 곳은 이미 정부기관에서 일찌감치 침을 발라놓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니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집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어떤 경제 적용방 단지에는 벤츠나 베엠베(BMW) 같은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다.

도시 주민들은 재개발에 희망을 걸었다. 베이징 좁은 골목길의 낡은 주택에선 겨우 대여섯평 크기의 집에 세 가구가 함께 살았다. 정부는 재개발 초기엔 거주자들의 호구에 근거해 보상금을 줬다. 그러다 보니 원가가 높아져 개발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보상기준을 주택면적으로 바꾸고, 철거에서 이주까지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주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곳곳에서 이른바 ‘알박기’가 속출했다. 개발업자들은 강제철거로 맞섰다. 철거 현장은 불도저의 굉음과 사람들의 한숨으로 뒤범벅이 되곤 했다. 불도저 앞에 드러누워 통곡하는 중년 여성의 모습은 이제 대도시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도시에서 집을 장만할 수 없게 된 이들은 농촌으로 몰려갔다. 농업용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정부는 주택용지가 아닌 곳에 세워진 이들 아파트는 모두 불법 건축물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방정부는 내집 마련 욕망으로 불타는 이들에게 땅을 팔아 돈을 벌고, 농민들은 농토를 잃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횡행했다.


정부는 최근 경제 적용방 규제를 강화했다. 우선 면적이 큰 경제 적용방 건설을 금지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구매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허점이 많다. 사회의 신용체제가 허술하기 때문에 구매자는 손쉽게 가짜 소득증명서를 꾸밀 수 있다. 경제 적용방 분양이 개발업자의 손에 달린 탓에 은밀한 사적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

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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