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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7 20:11 수정 : 2008.02.17 20:11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불황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그 여파라도 완화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이 자체는 긍정적인 움직임이지만, 경제를 불황에서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부시 대통령과 의회 모두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빨리 움직였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부양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는 8조달러에 이르는 주택 거품의 붕괴로 거센 하향세를 타고 있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1680억달러짜리 부양책의 덩치가 너무 작다.

이번 부양 패키지의 핵심은 1인당 500달러에 이르는 세금 환급이다. 이는 성인 대부분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고, 예외는 500달러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고소득자나 세금 자체를 거의 내지 않는 빈곤층이다. 부양책은 또 기업들에 500억달러 상당의 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신규 투자 때 추가 세금공제를 받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정을 개정했다.

약 1100억달러가 개인들의 세금 환급에 배정됐다. 운이 좋으면 절반인 550억달러는 올해 말까지 소비될 것이다. 기업들에 간 세금 환급액 500억달러는 신규 투자 100억달러로 이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고작 600억달러를 밀어넣는 게 된다. 유발 효과가 국내총생산(GDP)의 0.4%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경기 하향의 시작은 주택 시장의 냉각이다. 주택 신규 건축은 2005년 최대치 기준 50% 이상 감소했다. 주택 매매도 30%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주택과 모기지 금융 등 건축 관련 부문의 급격한 고용 감축을 낳았다. 2005년에 국내총생산의 6%를 웃돌던 주택 부문은 현재 4.5%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고, 올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상무부는 가용자산의 저축 비율이 9·11 테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3년간 개인 저축률은 0∼1%를 오갔다. 또하나 중요한 자료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에서 나왔다. 연준은 주택값이 올랐음에도 평균적인 주택 소유자의 모기지론 상환율이 10년 전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연준이 발표할 지난해 4분기 자료에서는 이 비율이 사상 최초로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7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주택값이 추락하며 소비 붐은 끝나고 있다. 많은 주택 소유자들은 더 돈을 빌릴 여지가 있다. 모든 이들이 모기지론의 50% 이상을 갚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모기지론 상환 여부는 더욱 비대칭적으로 변하고 있다. 모기지론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심해지는 것이다.

결국 수천만명의 주택 소유자들은 가용자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은퇴가 눈앞으로 다가온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노후 대책’으로서의 집은 이제 없다. 그 소득원이 증발해 버려 많은 노년층 노동자들은 급격히 저축률을 늘리거나 은퇴에 대비한 다른 ‘황금 거위알’을 만들어내야 할 형편이다. 주택 소유자들의 대출능력 상실과, 은퇴에 대비해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겹쳐 소비 위축이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자면, 주택 거품이 빠지며 곤두박질치는 미국 경제의 추락 양상은 이전과 매우 다르다. 경기 활황책은 일정 정도의 상승력을 줄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매우 오랫동안 심각한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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