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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2 21:28 수정 : 2008.03.02 21:28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누르면 결국에는 터진다. 자연의 법칙이다. 사회의 법칙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억압정치는 폭동과 혁명, 저항을 낳는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력을 무너뜨린 뒤 몇달이 지나도록 잔혹한 봉쇄로 고통받는 가자지구의 현실이 꼭 그렇다.

미국의 통제를 받는 나라들은 새로 출범한 하마스 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었다. 그래서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월급도 지급하지 못했다. 아랍과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를 고립시켜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하마스는 마무드 아바스가 이끄는 자치정부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아바스의 파타당 지지자들은 자치정부 보안부서의 엄호를 받으며 하마스 체제를 흔들기로 결정했다. 거의 날마다 살인·재산 파괴·정부기구 공격 등을 통해 문제를 일으켰다. 하마스는 시간과 정력의 대부분을 내부 분란과 외부 봉쇄에 대응하는 데 소모했다.

압력이 커지자 하마스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치정부의 보안기구 본부를 장악했다. 보안기구 책임자는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달아났다. 하마스는 이틀 만에 가자지구를 완전 장악했다.

대부분의 아랍·서방국가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통제하고 있는 하마스에 대한 봉쇄를 강화했다.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돈을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 추가 수단을 동원하고, 이집트 국경을 넘는 길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했다. 가자 사람들의 이집트 여행은 매우 어렵게 됐고 식량 부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은 압력을 강화하면 가자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스라엘이 자주 쓰던 전술이다. 여러 수단을 통해 대중을 압박하면, 대중이 관련 집단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늘 사람들의 여행을 막는 전술을 택했다. 도시를 잇는 도로에 검문소를 추가 설치하거나 노동허가증을 발행해주지 않는 방식이다. 이 전술은 단체기합이나 마찬가지다.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가자 지구에 대한 압력은 이스라엘이 연료공급을 중지했을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가자 지구는 암흑세계가 됐고, 병원마저 연료가 없어 자체 발전기 가동을 멈췄다. 하마스는 철통같이 봉쇄된 이집트 쪽 국경을 폭파했고, 가자 사람 수만명이 이집트 시나이로 몰려가 필요한 물건을 샀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극단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어느 나라도 도전할 수 없는 놀라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집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도 속수무책이었다. 미국은 당황했다. 가자 지구가 받은 모든 적대적 조처들이 ‘피플 파워’에 의해 불과 몇 시간 만에 무너졌다.

굶주린 사람들은 도덕의 힘을 손에 쥐고 있다. 그들은 용감한 도전적 행동을 하지 않고는 삶이 불가능할 정도로 몰렸다. 이집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랍국에서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를 풀도록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아랍국 대중들의 압력은 이집트 대통령을 향했다. 이집트 대통령은 국경을 개방한 채 두는 것 말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매우 어려운 교훈을 얻었다. 나는 그들이 봉쇄의 고삐를 더 죄어 국경을 단단하게 폐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숨쉴 틈 하나 정도는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아랍에 “고양이를 가두면, 사자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이 말이 절대 진실임을 배웠을 것이다.

봉쇄는 하마스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하마스는 승리의 이미지를 얻었다. 가자 봉쇄는 계속되고 있지만, 하마스의 적들이 원하는 만큼 강력하진 않다. 그들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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