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30 19:39
수정 : 2008.03.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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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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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전문가’들이 주택시장 거품 붕괴 뒤 충분히 예상된 경기침체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계속 놀라고 있다.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수조달러의 신종 금융상품이 급증하고 거품이 8조달러로 불어날 때까지 애써 무시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금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예언하고 있다. 이번엔 그린스펀이 맞다.
주택 거품은 지금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최근 통계는 주택 가격이 지난해 14% 이상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려 2조8천억달러어치의 자산 가치가 날아간 것이다. 실제 가격 하락률은 연 25% 가깝다.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면, 경기는 더욱 깊은 침체 늪으로 빠질 것이다.
주택 가격 하락은 갈수록 많은 가구들이 집값보다 더 많은 부채를 떠안고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집값이 30만달러인데, 집을 담보로 한 부채가 40만달러라고 하자. 부채 상환을 중단하고 주택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고 싶은 엄청난 유혹이 생긴다. 손쉽게 10만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중산층들은 대부분 가계부채 상환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꺼렸다.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적 규범을 크게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규범들이 깨져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집을 포기하는 게 더 이익이므로,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유력 언론들이 이런 현상을 크게 다루었다. 심지어 집을 포기하려는 소유자들에게 상세한 지침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youwalkaway.com 따위)까지 등장했다.
이런 현상은 훨씬 심각한 또다른 모기지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반드시 벌어진다는 점을 예고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채무 불이행의 초점은 수입이 적고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폭발적으로 팽창했지만, 거품 붕괴가 시작했을 때 그 규모가 고작 1조5천억달러였다.
반면, 우량 주택 담보대출 시장은 8조달러에 가깝다. 만약 이 시장에서 채무 불이행이 조금만 늘어나도, 금융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다가올 해일은 훨씬 위력적이다. 부채 탕감액이 수천억달러에서 1조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연준의 임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많은 대형 은행들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국내·국제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적 이슈들을 제기할 것이다. 국내 차원에서 연준의 일부 조처는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입은 손실을 세금으로 갚아준다. 연준은 신용 파생상품인 시디에스(CDS) 등 투자은행들이 발행한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 조건없이 신용보증을 제공해 줬다. 이들 은행이 이용자들에게 지급을 보증하기 위해 연준으로부터 받은 수백억달러는 바로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납세자들은 상류층을 위한 이런 소득 재분배에 대해 충분히 불만을 가질 만하다.
국제적으로 연준의 긴급구제 계획들은 미국 금리의 추가 인하를 요구할 것이다. 달러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나라들은 주요 국가들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할 때도 주로 달러로 외환을 보유해 왔다. 그 결과 수백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들이 손실을 얼마나 더 감수할지는 불명확하다. 거품이 계속 빠지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나아갈 항로에는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다. 그러나 놀랄 만한 일들이 앞으로 더 많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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