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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6 20:05 수정 : 2008.04.06 20:05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아랍 국가들이 지난달 29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스무번째 정상회담을 열었다. 예상대로 이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이 지루하고 소득 없는 회담으로 끝났다. 아랍 지도자들은 아랍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무능함을 또다시 드러냈다. 그들은 외부의 도전을 막아내고 내적 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 아랍세계의 연대를 보여주는 데도 거듭 실패했다.

아랍은 팔레스타인·레바논·이라크·수단·모로코 등에서 구체적이고 심각한 문제들에 맞닥뜨리고 있다. 몇몇 나라들은 외세의 직접적인 점령 상태에 있으며, 부의 대부분을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착취당한다. 먹거리의 75%를 수입하며, 사회·정치·경제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뒤처져 있다. 이런 중대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지만, 아랍 지도자들에게선 그런 이성이 앞서는 것 같지 않다.

아랍 지도자들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랍 국가를 침략한 외세와 협력하고, 헤즈볼라에 맞서 이스라엘을 편들었다. 아랍의 재산을 낭비하고, 미국에 자신들의 정권을 지켜 달라며 막대한 양의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농업을 발전시키는 대신 식량을 외국에 계속 의존한다.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정권안보 수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과학자와 지식인에 대한 존경심이라고는 없다. 이런 무책임은 아랍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각국 정상들은 회담의 최종 성명서에 항상 서로의 차이점과 나약함을 드러낸다. 성명이 애초부터 무력하고 실천 불가능한 이유다.

최근의 정상회담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패의 원인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서 비롯했을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이번 아랍 정상회담이 실패하기를 바랐다. 회담 개최국인 시리아는 레바논·팔레스타인·이라크 등 중동 여러나라의 문제들에 대해 미국의 이해와 배치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아랍 정상들에게 회담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둘째, 레바논 문제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시리아는 레바논의 반미 이슬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편이지만, 이집트·요르단·사우디는 친미 성향의 ‘3월14일 동맹’이다. 시리아는 레바논 문제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보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석달째 공석인 레바논의 대통령이 먼저 선출돼야 한다고 본다.

셋째, 시리아는 이란의 무기가 헤즈볼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돕고 있다. 이집트와 사우디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위험하게 보지만, 시리아는 그것을 아랍권과 무슬림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배를 견제하는 힘의 원천으로 여긴다.

넷째, 시리아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지도자들을 후원하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을 지지한다. 시리아는 하마스와 지하드 이슬라미 등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지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함으로써 중동평화협상에 장애물을 놓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직접적 원인을 제쳐놓더라도, 아랍 지도자들의 상호 신뢰는 매우 낮다. 그들은 만나서 입 맞추고 껴안지만, 돌아서는 순간 서로 감시한다. 이런 모습은 음모를 꾸미고 맞수를 해치는 데 골몰하는 전통적 아랍 부족장들의 행태를 닮았다.

아랍 지도자들은 주요한 아랍권 문제들을 푸는 데 무능했다. 모든 아랍 정권은 아랍세계가 심각한 문제에 마주칠 때마다 미국에 해법을 구하며,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시리아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최근의 아랍 정상회담은 딱 한 가지 성과를 내고 끝났다. “(회담은)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기회였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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