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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3 19:30 수정 : 2008.05.13 19:30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지난 8∼9일 사이에 레바논의 반미 저항세력인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를 장악했다. 헤즈볼라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년간 군사적 지원을 받아온 정부군을 물리치고 수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랍다.

나는 최근 한 기고에서 이번 일들을 예측한 바 있다. 레바논의 현 정부가 헤즈볼라에 상당히 도발적이었으며 적대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레바논에서 모든 변혁운동과 저항세력을 진압하고 고립시키는 것은 이스라엘-미국-아랍 주축국 전략의 일부다.

반면, 헤즈볼라 등 새로운 세력들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아랍의 독재자들을 지원하면서 이 지역을 지배하고 부를 착취해 왔다고 믿는다. 그들은 또한 ‘아랍 정권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란은 현재 이 지역의 정치적 변화의 선봉에 서 있으며, 변화의 핵심은 이 지역과 세계에서 힘의 균형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은 아랍 민중들뿐만 아니라, 시리아와 다른 많은 정치·무장조직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 공화국으로 탄생한 초기부터 팔레스타인해방기구 등 많은 단체를 지원하고 헤즈볼라를 조직했다. 헤즈볼라가 시아파 조직이라는 것을 유념하자.

헤즈볼라는 강해지고 있다. 2000년에 이어 2006년에도 이스라엘군의 토벌전에서 살아남으며, 그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를 토벌하려는 레바논 침공이 실패한 이후 국가 존립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고, 아랍 정권들은 민중혁명의 위험을 감지했으며, 미국은 중동에서의 세계전략이 가로막혔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2006년 전쟁이 터지자 이스라엘이 이길 것으로 보고 환호했다. 미 국무부 장관은 전쟁이 터진 날을 새로운 중동의 탄생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스라엘-미국-아랍 축은 헤즈볼라가 궤멸돼야 한다고 여겼다. 헤즈볼라를 내전으로 유인하는 전술이 뒤따랐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정적들은 고무됐고, 미국과 부유한 아랍국들의 재정 지원도 받았다. 일부 기독교파와 수니파는 정치·재정·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 헤즈볼라의 정적들은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을 이용해 왔다. 헤즈볼라는 자신들에 대한 모든 적대감과 선동은 종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외세의 이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전쟁 이후 시리아와 이란의 도움으로 힘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제 헤즈볼라는 비록 3천㎢ 정도의 작은 땅만 차지하나, 군사력으론 이 지역에서 우위를 주장하게 됐다. 적대 세력은 헤즈볼라의 성장에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통신망을 불법화하고 정부의 공식 통신망에 복속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헤즈볼라는 보안을 목적으로 자체 통신망을 쓰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도·감청에 대비해 전자통신을 금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의 결정이 발표되자, 나는 이들이 분명히 전쟁을 하려 한다고 봤다. 헤즈볼라가 그런 조처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즉각 행동에 나섰으며, 불과 수시간 만에 레바논 정부는 무력화됐다. 헤즈볼라는 쿠데타까지 가지 않고 모든 자리를 레바논 군부에 넘겨줬다.

이번 사태는 레바논 정부뿐 아니라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커다란 교훈이다. 이란과 시리아가 막강하며, 어리석게 굴거나 헤즈볼라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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