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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5 21:42 수정 : 2008.05.25 21:42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세계의창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 상영중지 소동의 후일담이다. 소동 이후 현재 상영하고 있는 영화관과 상영 예정 영화관을 합하면 30곳 가까이 이른다. 상영하겠다는 영화관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상영을 시작한 도쿄·오사카·가나자와 등의 영화관은 모두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서서 보는 곳도 나올 정도로 대성황이다. 흥행수입이 이미 1천만엔(약 1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정치적 압력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던 국회의원이나, 영화관에 상영중지를 압박했던 우익들의 목표가 완전히 빗나간 형국이다. 상영중지 소동이 최고의 영화 선전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이 영화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가 일어나려는 조짐도 있다. ‘일본회의’는 일본의 최대 우파계 조직이다. 거기에는 우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결집체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지방의원간담회’ 가 <야스쿠니> 상영 영화관에, 영화 <난징의 진실-7인의 사형수> 상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3부작 예정인 <난징의 진실> 제1부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올해 완성 시사회가 열렸다.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난징 대학살은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난징 대학살 참상을 다룬 미국이나 중국의 영화에 대항해 제작한 것이다. “자학사관에 물든 역사인식을 타파”하고 “난징공략전의 정확한 검증과 진실을 세계에 전달”하는 것이 제작 의도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천황제나 일본군의 전쟁행위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파 쪽에서는 자신들이야말로 전후 ‘자학사관’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해 왔다고 불평한다. 이번에도 <야스쿠니> 상영중지에 항의해 ‘표현의 자유를 지키라’라는 성명을 발표한 단체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 도조 히데키를 그린 영화 <프라이드-운명의 순간>(1998년)에 대해 ‘침략전쟁 미화 영화’라며 상영중지를 요구했던 것을 우파계 논자는 비판하고 있다. 앞서 거론한 ‘지방의원 간담회’가 <야스쿠니>를 상영한다면 <난징의 진실>에도 상영 기회를 주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아니냐고 말하고 싶어할 만하다.

지난번에도 썼듯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정치적’ 의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라고 말할 수 없다. 예전 일본의 전쟁을 비판적으로 그렸던 영화든, 미화한 영화든,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는 게 표현 자유의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볼 때 아무리 ‘어리석고’ ‘부당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작품이라고 해도, 그 표현이 억압되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를 지켰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유럽에서는 약간 다른 상황이 존재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나치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와 같은 최악의 사태를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적 주장이나 ‘홀로코스트는 날조’와 같은 주장을 공공연히 표현하는 작품이나 언동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 표현의 자유는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민족차별이나 역사수정주의적인 주장(“난징대학살은 허구였다” 등)은 법적으로 금지하는 게 어떠냐는 논의가 있지만 나는 찬성하기 어렵다. 법적인 금지는, 유럽에서 사실 그런 경향이 있지만, 금지된 표현이나 언론의 주체들을 ‘권력에 의해 탄압받는 희생자’로 만들어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족차별이나 역사수정주의가 주장되자마자 비판을 받아 곧바로 붕괴되는 것 같은 양식있는 시민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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