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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1 20:24 수정 : 2008.06.01 20:26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미국의 향후 이라크·이란 정책이 갈수록 대선 토론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아직도 최소한 2013년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처럼, 그는 이란의 핵 위협을 견제하려면 이라크 점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두 상원의원은 모두 당선되면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곧바로 시작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오바마는 이란과 고위급 대화를 열기를 약속하는 반면, 힐러리는 대화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제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어느 후보도 미국이 이라크에서 모양새 좋게 철군하고 이후 이라크를 안정화하자면 이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정책이 실패하면 이란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라크에 안정적인 정부가 들어서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란이 이라크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수니파가 주도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시아파에게 전에 없던 집권 기회를 줬고, 시아파는 그것을 활용하려고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의미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터키인들이 5세기 전 메소포타미아를 정복한 뒤 제거했던 이란의 영향력 대부분을 회복시켜 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수니파 주도 독재정치를 무너뜨리면 시아파 통치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이라크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대통령은 분명 시아파와의 관련성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이 이라크의 반후세인 시아파 지도자들과 쌓아온 탄탄한 유대관계를 인식하지 못했다. 만약 미군이 이란을 폭격한다면, 이라크에 있는 이란의 동조세력이 이라크 그린존에 초강력 로케트를 쏴 미군의 주둔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이란은 (강경 시아파 지도자) 알 사드르를 제지하고 있으며, 이라크를 안정화하는 데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마무드 배지 전 이란 외교부 차관은 “미국이 우리가 이라크 문제에 간섭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웃기는 소리”라며 “이란은 이라크와 1천마일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30만명 이상의 희생을 치른 전쟁에서 후세인을 지원했다. 당연히 우리는 이라크가 우호적인 이들의 손에 들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말하는 우호적 이라크는 이란과 같은 시아파가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이 보기에, 수니파 민병대는 이라크에서 시아파 정권을 뒤엎고 미군이 영구 주둔하는 보호국을 만들려는 분리통치 전략의 일환이다. 이란은 미국이 모든 기지를 폐쇄하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이란 공격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안전보장을 원하고 있다.,


미국이 철수하고 이라크가 이란으로 기울면 수니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아파가 수니파 통치를 받아들인 것처럼, 시아파 다수에 의한 통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수니파 박해를 막기 위해, 미국-이란 사이의 거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 안정화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지역간 합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란이 지리·역사·종교적 유대관계를 통해 이라크의 운명과 관련해, 멀리 떨어진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이웃나라보다도 훨씬 큰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확실히 인정할 때만 성과를 거둘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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