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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5 21:04 수정 : 2008.06.15 21:04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만일 식량 수출국들이 아랍 국가들에 식량을 수출하지 않기로 하면 어떻게 될까? 혹은, 원유가 고갈돼 아랍 국가들이 식량을 살 돈이 떨어진다면? 대다수 아랍인들은 굶어 죽을 것이다. 이집트 등 일부 아랍국은 실제 정치적 위기까지 번질 수도 있는 식량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카이로에서는 빵을 살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을 쉽게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사람들이 비싼 빵을 사기 위해 다른 식료품 소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아랍국들에선 아직은 식량을 살 돈이 있다.

아랍국들은 대체로 식량의 약 75%를 수입한다. 시리아 등은 거의 자급자족을 하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상당수 나라는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한다. 아랍국들은 돈이 많지만 농업 분야에는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시리아가 가장 가난하지만 농업에 대한 관심은 가장 많다. 반면 개인소득이 최고 수준인 아랍에미리트는 화려한 레스토랑과 고층 건물에 관심이 더 크다.

아랍지역의 땅 80% 가량은 불모지다. 일부는 개간할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현대과학의 능력 밖이다. 그러나 경작 가능한 20%의 땅도 적절하게 이용되지 않는다. 아랍에는 경작과 축산이 모두 가능한 지역이 방대하다. 예를 들어, 수단은 250만㎢의 땅과 4천만명의 인구, 그리고 풍부한 수자원을 갖고 있다. 만일 아랍국들이 수단에 농업과 축산 투자를 한다면, 식량 수요의 대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랍국들이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하는 만평을 실은 신문이 발간됐다는 이유로 (주요 낙농국인)덴마크를 거부한다면, 엄청나게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대안은 수입 식품의 소비를 멈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랍국들은 식량 생산국이 아닌 나라라도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

아랍국가들의 돈은 어디로 가는가? 대부분은 부족장 등 지배계급이 소비한다. 그들은 아랍의 재산에 무한정 접근할 수 있으며, 통치자들은 국가 수입으로 무엇을 할지를 아직도 자기들끼리 결정한다. 모든 아랍 통치자들이 부패한 탓에, 아랍의 재화 대부분은 그들의 개인적 욕망을 채우는 데 낭비된다. 한 아랍 왕자는 애완용 고양이의 생일파티에 무려 10만달러를 썼다. 수백만달러를 하룻밤 도박으로 날리거나 누드쇼를 하는 클럽에서 펑펑 쓴다. 아랍에는 단지 즐기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쓰는 수천명의 왕자와 공주가 있으며, 화려한 소비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수백만명이나 된다.

많은 아랍의 부국과 부호들이 자기들의 돈을 서방 국가에 투자한다. 아랍권에 투자하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서구 경제권에 쏟아붓는 것과 견주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아랍의 통치자들은 국가적 차원의 비전이 없으며, 국가보다도 자신들의 영토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점은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그들의 대응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사회가 심각해지는 식량위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오는 반면, 아랍 지도자들은 농업정책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 ‘오일 머니’에 기대어 다른 누군가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 대항하지 않는 국민들도 문제다. 최근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한 정부에 거세게 항의하는 데 비해, 아랍인들은 산적한 문제점들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아랍인으로서 슬픔을 느낀다. 아랍의 지도자들이 무책임하다면, 아랍 민중들은 자신의 권리도 지키지 않는다고 하겠다.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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