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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3 21:17 수정 : 2008.07.13 21:17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3년 동안의 교착 끝에 일본은 지난 6월19일 동중국해 천연가스전 개발을 놓고 중국과 벌여왔던 영유권 분쟁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중국은 오성홍기를 꽂고 춘샤오(일본명 시라카바) 가스전을 계속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달 21일, 중국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4600톤급 호위함 사자나미호가 나흘 동안 광둥성 잔장항에 상륙하는 것을 허용했다. 일본 전함의 중국 입항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나흘 뒤인 25일, ‘반중국 군사봉쇄 전략’을 협의하기 위해 교토에서 열린 일본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 회담에서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이 사자나미호의 중국 입항 문제를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하다. 그는 사자나미의 중국 방문이 쓰촨성 대지진 피해 복구 임무 이상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춘샤오 가스전을 공동개발하기로 중국에 양보한 것을 비롯해 사자나미호의 입항 등은 일본이 미국 주도의 반중국 전략의 형식적 파트너일 뿐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동아시아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 양국 정상은 중-일 경제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두 나라의 군사적 긴장은 더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호전적 민족주의와 선을 그은 셈이다.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 인도와 한국까지 아우르는 대중국 군사협력을 목표로 하는 미국은 중-일 관계와 한-일 관계의 역사적·정서적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뒤 핵무기로 무장하고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이루고 있는 중국의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1972년 중국과 수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점차로 중국에 융통성 있는 자세를 취해왔다.

일본 우익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지역 안보 때문이 아니라, 세계에 자신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핵무기 보유국이 된다면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과 맞서는 대신, 중국과 협력해 전세계 무대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자 할 것이다. 찬핵 진영은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원자폭탄 피해에 따른 국가적인 정신적 외상을 지워버릴 수 있고,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의 경우 냉전기간에 그랬던 것처럼 한-미, 일-미 상호동맹을 통해 자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군사동맹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냉전시대에 유용했던 대북한 동맹체제를 새롭게 대중국 동맹체제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오늘날에도 삼각동맹에 대한 미국의 몽상이 여전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이 한국 내 새로운 군사기지로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평택을 선정한 것은 이런 희망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선정한 곳이 명백히 중국에 도발적인 곳인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나,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한 미군 정보당국이 중국을 염탐하기 위해 전자관측 설비를 운용하는 것을 여전히 한국이 허용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반도 통일 뒤에도 미군의 한국 주둔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주한미군의 무기한 주둔에 큰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리원 베이징대 교수는 “(이런 지적은) 중국의 한국 정책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으며, 사실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실제 현실은 주한미군의 존재가 남북 분단을 연장시키고 미국의 한국 통제를 영속화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군이 가능한 한 빨리 한국에서 철수하길 원한다고 그는 전했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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