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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5 19:31 수정 : 2008.08.25 19:31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단 연례회동이 지난주말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렸다. 현재 세계경제가 처한 주요 현안들이 논의됐다.

2005년 회의는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18년 재임 시기를 회고하고 기리는 데 초점이 모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가 최고의 연준 의장이었는지 따위가 논의되지는 않았다. 세계는 지금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 최소한 앨런 그린스펀의 평가는 그렇다. 실제로 집값 폭락, 실업률 증가, 인플레 확산, 은행 실패 증대 등을 보면 그린스펀의 지적은 딱 맞아떨어진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핵심은 미국 정부가 무려 8조달러에 이르는 집값거품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1996년부터 2006년 사이에 집값은 인플레율을 고려해도 70%가 넘게 뛰었다. 한 세기 전인 1896년부터 1996년까지만 해도 집값은 100년 내내 인플레 수준을 유지했다. 오랜 안정세로부터 급격한 변동이 일어난 만큼, 그 이유를 들여다보는 게 마땅하다. 급작스런 집값 폭등을 유발할 만한 수요 또는 공급 측면의 근본 요인들이 있었던가?

아직까진 명확한 용의점으로 드러난 게 없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주택 건설을 억제할 새로운 요인들이 없었다. 사실 주택 건설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사상 유례없는 공급 수준을 기록했다.

수요 측면 역시 명백한 혐의점이 없다. 인구증가율과 가구구성률은 급감했다. 인구통계로 집값 급등을 설명하려 했다면, 70∼80년대를 봐야 한다. 당시는 거대한 베이비붐 집단이 처음으로 자가 수요를 형성했지만, 최근 10년은 그 세대가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다.

소득 측면에서도 그럴듯한 요인이 없다.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소득은 견실히 늘었으나 과도할 만큼은 아니었다. 최근 10년 동안 소득증가율도 미미하다. 끝으로, 집값 상승세를 주택시장의 근본 요인들로 설명하려면, 주택 임대비 상승 여부를 비교해 봐야 하는데, 비정상적인 임대비 상승은 없었다. 90년대 후반 임대비 인상은 물가상승 수준보다 살짝 높았을 뿐이며, 최근 10년 동안의 초기에는 물가상승률을 밑돌았다.

만일 집값 상승이 근본요인들로 설명될 수 없다면, 그것은 거품이다. 그린스펀은 집값 거품은 없으며 모든 것이 괜찮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경제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식 지혜의 전도사 구실을 했다. 주택시장 붕괴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대혼란의 정확한 시점과 경로는 예측될 수 없었지만, 기본적인 진행 방향은 모두 예측할 수 있었다. 거품 붕괴는 8조달러에 이르는 주택자산을 날려버릴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손실은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라는 두 거대한 국책모기지 금융업체를 침몰시킬 게 분명하다. 지금의 금융 위기는 주택 거품 붕괴의 불가피한 결과이며,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킬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앨런 그린스펀을 치켜세웠던 2005년 당시의 주택 통계를 훑어보기만 해도 이런 점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단은 이제 와서, 어느 나라에나 주택 거품이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진짜 비극은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를 재앙으로 이끈 바로 그 경제인 집단이 여전히 (경제 운용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단에게 그들의 비극적 업무 수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이번 회의의 의제가 아니었다. 그러니, 잭슨홀 회의 참가자들이 이번 여름 피서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기원할밖에. 우리는 이미 엄청난 비용을 치렀으니까.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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