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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9 22:02 수정 : 2008.08.29 22:02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러시아군의 그루지야 진격은 중동의 여러 정치집단들에 각기 다른 열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들의 상이한 희망과 태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진격은 중동에서 대중과 관료들 모두에게 소비에트연방 이후 하나의 전기로 여겨졌다. 러시아는 이참에 국제정치에서 군사 초강대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보는 두 부류의 시각이 있다. 한쪽은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국경 수비와 관련된 국지적 보복 조처로 보는데, 이는 서방에 대한 군사적 도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러시아가 미국의 맞수로 복귀할 군사적 능력과 경제적 자원이 없다고 본다.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과 기술적 발전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 슈퍼파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미국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이런 시각을 가진 이들은 아랍 인구의 15%에 지나지 않는 아랍정권과 그 지지자들, 아랍 자유주의자들과 부호들이 대다수다.

다른 한 부류는 러시아의 움직임이 중동에서 이미 흔들리고 있는 세력 균형의 변동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믿는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더이상 위협적일 만큼 강하지 않으며, 헤즈볼라가 아랍 세계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을 제지할 능력을 증명했다고 본다. 그들에 따르면, 러시아의 진격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무력화하면서 새로운 상황을 가속화한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전망 속에 사태를 관찰한다.

첫째, 러시아가 미국의 경쟁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아랍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에 최신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이런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둘째, 이란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유엔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간절히 필요로 해왔지만 국제사회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비록 이란과의 대화를 꾸준히 강조해왔지만, 이란에 대한 유엔의 경제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상황 전개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이 앞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셋째,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은 미국 단극체제가 종식되고 다방면에서 새로운 나라들의 영향력이 보태져 국제사회가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러시아의 영향력이 ‘새로운 중동 질서’를 창출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꿈을 좌절시키기를 희망한다.

과연 국제사회와 중동의 정치질서가 재편될 수 있을까? 실제로 새로운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2006년 레바논에서의 군사적 실패를 경험했고, 이란은 군사력을 축적해왔으며,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강자로 나서려면 친미 성향이 아닌 나라나 집단들과 동맹을 맺거나 협력할 수밖에 없다.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쿠바, 시리아 등이 그 대상이다.

러시아가 역동적인 국제정치 무대로 기세 좋게 발걸음을 들여놓으리란 전망은 아직 너무 섣부른 것이긴 하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인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새로운 주축이 되기 앞서 세계에 대한 비전을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지배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동맹과 이해세력을 조절하고 이끄는 기반을 생각해야만 한다. 러시아가 미국에 도전하기로 결심할 경우, 중동지역의 새로운 세력 균형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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