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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9 20:01 수정 : 2008.09.09 20:01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중국이 100년을 기다렸던 이번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보통 개막식이 성공하면 올림픽도 성공하는 법이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어느 나라가 가장 많은 금메달을 땄느냐, 혹은 누가 세계기록을 깼느냐 따위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개막식만은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만 8억5천만명이 이번 개막식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지켜봤다. 전세계에선 40억명에 가까운 이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미국의 시청률은 무려 20%에 이르렀다. 이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 당시의 시청률 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외국인들, 특히 미국과 유럽인들은 중국 하면 ‘4대 발명품’과 ‘만리장성’을 떠올린다. 모두 중국이 과거에 이뤘던 역사적 성취다. 그러나 중국의 오늘을 얘기할 땐 빈곤과 낙후, 독재를 연상한다. 독일의 한 영화사가 중국 영화를 수입하려다 영화 속에 술집이 나오자, 독일 관객들이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것 같다며 수입을 포기했다고 하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개막식은 중국의 그런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세계의 생각을 바꿨다. 개막식의 주제는 4대 발명품과 만리장성이었지만, 그걸 드러내는 수단은 첨단 과학기술이었다. 내용은 전통과 역사였지만, 형식은 현대적인 과학기술과 낭만적인 예술이었다. 이로써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현대적인 경제 대국이라는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강국에서 열렸다. 강국의 올림픽 개최는 사실 당연한 것이다. 올림픽 같은 초대형 스포츠 잔치에서 개최국의 경제 실력은 빼놓을 수 없는 하드웨어다.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세계가 이미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인정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바꿔 말하면, 올림픽을 열면 그 나라는 경제 강국의 표지를 달게 된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한국이 앞서 그런 의식을 치렀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 세계 경제 대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 경제의 일어남을 과시했다. 어찌 보면, 올림픽은 주식시장처럼 경제 실력과 발전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이고, 이는 일본과 한국이 이미 입증했다.

한국은 서울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상의 관심 밖에 있던 나라가 갑자기 세계의 무대에 올라섰다. 중국인들은 그 순간 한국과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올림픽 이후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세계 곳곳에서 일본의 독점을 깨뜨렸다. 이른바 올림픽 경제효과다.


중국 역시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경제 실력을 과시했다. 연초부터 폭설과 지진 등 잇단 자연재해로 참담한 손실을 봤지만, 중국은 거뜬히 올림픽을 치러냈다. 베이징에는 7개의 지하철 노선이 새로 들어섰다. 1979년 베이징에 첫 지하철이 뚫린 이후 거의 30년 만에 지하철망이 확충된 것이다. 재해 복구비로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중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안정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현대 경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신뢰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감,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심었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를 밀고 나가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세상이 중국을 보는 눈도 달라질 수 있을까? 중국산 물건에 붙은 싸구려라는 딱지는 점점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수십년 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떠올릴 때 처음 연상되는 단어는 낙후나 고루함, 빈곤 따위가 아닐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유산은 어쩌면 이런 것일 게다.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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