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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4 21:07 수정 : 2008.09.24 21:34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공격을 받은 지 또 한 해가 지났다. 미국인들은 올해 9월11일에도 7년 전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던 장면을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텔레비전 앞에 붙들렸다. ‘전문가’들은 무엇이 19명의 비행기 납치범들을 공격에 나서게 했는지, 왜 수많은 젊은 무슬림들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는지는 묻지도 않은 채 끝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야기했다.

조지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개념은 알카에다와 같은 명확한 테러그룹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만 협소하게 초점이 맞춰져 왔다. 9·11 비행기 납치범들이나 오늘날 자살폭탄 공격자들의 동기와 심리를 파악하고, 그에 기초해 외교·국방정책을 바꿔 가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반대로 미국이 페르시아만·중동·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무조건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을 반대한 데서 그들의 행동이 비롯했다는 주장은 최근까지도 반역으로 여겨졌다.

9·11로부터 7년 뒤 마침내 ‘테러와의 전쟁’ 개념의 결함, 그리고 알카에다와 다른 이슬람 테러단체에 동조하는 많은 나라들의 토착 무장세력의 힘을 키워준 결과를 낳고 만 정책의 자기파괴적 충격을 논하는 것이 지성인들의 대세가 됐다. <포린 어페어스>는 한 기사에서 9·11에 대한 전 미국의 반응은 “과도”했고, “반복되어선 안 될 이벤트”였으며, “미국 내에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은 거의 없다”고 선언했다. 조지 소로스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반생산적이고 자기기만적인 정책을 낳은 거짓된 은유”라고 썼다.

9·11로부터 5년 뒤, 문자 그대로 잘못된 표현(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가자·레바논·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등지에서 무고한 시민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 아직 알카에다는 소멸되지 않았다. 영국 외무부는 더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용어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 없이 테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뿌리 대신 열매에 비료를 주는 꼴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이라크 민간인에 대한 미군의 거친 행동과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거친 대응의 유사성이 미국에 대한 무슬림들의 적개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로스, 브레진스키와 같은 주장은 9·11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 태도를 지배해온 공포 분위기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인들은 이란의 위험성과 파키스탄 알카에다의 위협을 과장한다. 부시 정부는 테러 용의자를 공격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허락도 없이 파키스탄 영토를 침공해 위기를 키우고 있다. 그로 말미암은 대규모 민간인 사망은 지역 부족들을 알카에다의 품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시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비난해 왔다. 무모하고 패기만만한 그루지야의 젊은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위기를 촉발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압도적인데도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 딕 체니 부통령, 존 볼턴 전 유엔주재대사를 비롯한 매파들은 북한이 비핵화 검증 과정에 동의했다는 허위 주장을 구실로 부시 정부가 북한을 테러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한 약속을 철회하도록 압박해 왔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쪽은 9·11 공포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살려 왔다. 만일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유권자들이 경제문제를 먼저 따졌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매케인 쪽이 이긴다면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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