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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8 21:42 수정 : 2008.09.28 21:42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한국 국민들은 지금 미국을 비웃고 있을 게 틀림없다. 불과 10여년 전, 한국은 동아시아를 휩쓴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았다. 통화 가치는 곤두박질쳤고 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파산했으며, 실업률은 치솟았다.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자본과 ‘좋은 경제정책’에 관한 강의록을 들고 구원자로 나섰다.

한국은 불과 40여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유럽 수준의 경제부국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놀라운 기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시장 논리보다 사적 친분관계로 작동하는) ‘연줄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깎아내렸다. 그들은 한국이 경제 구조를 미국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한국이 맞닥뜨렸던 위기의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한국 정부에 파산 기업들을 구제하는 데 정부 재정을 쓸 게 아니라 그들을 (파산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해결을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의 처방은 한국 정부가 독자적 대책을 추구했을 경우보다도 한국의 경기 침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 때가 1997년이었고, 지금은 2008년이다. 미국 경제는 8조달러의 주택 거품이 꺼지면서 퇴조와 금융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경제 지도부는 이런 암세포를 무시했다. 지금 그 거품이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터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지도층은 자신들이 한국과 다른 나라들에 요구했던 시장 원리에 대해 더는 그처럼 강렬한 믿음이 없다. 그들 사이엔 이미, 잘못된 판단으로 주택 거품을 키웠던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의회에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워싱턴의 정책 책임자들이 10여년 전에 한국과 다른 나라들에 금지했던 종류의 정책을 실행하려 하는 게 분명하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미국판 정실 자본가적 접근이란 비판을 할 근거들이 많다. 폴슨 재무장관은 의회에 7천억달러를 요청하면서 의회의 감독과 사법 심사 배제를 요구했다. 이처럼 감시받지 않는 행정부의 권한은 전례가 없다. 폴슨 재무장관은 금융 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그의 요청은 여론의 거센 반발을 낳았고, 의회 내 민주당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와 협상한 합의안은 의회의 비당파적 독립기구인 정부감독국의 감사 조항뿐 아니라 또다른 감독기구 신설에 관한 조항을 포함한다. 애초 부시 정부가 구제금융안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금융시스템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부시 정부는 지난 몇 달 동안 구제금융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밝혀, 구제금융안이 당면한 금융위기를 맞아 내놓은 대책이 아님을 내비쳤다. 실제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구제금융을 경기퇴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정당화했다.

7천억달러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을지라도 그것이 최선의 처방이 아니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같은 규모의 돈을 중앙 및 지방 정부 지원, 사회기반시설 투자, 또는 에너지 절약 수단 등에 지출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말하자면, 구제금융은 은행들에 돈을 나눠주는 특혜로 보인다. 구제금융의 최종안이 무엇이든, 미국의 경제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다른 나라에 충고했던 방식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시련은 다른 나라들에만 해당한다. ‘연줄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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