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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0 20:03 수정 : 2008.10.10 20:03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장

세계의창

지난 6월 스웨덴 의회는 군 당국의 대외 첩보기관인 국방무선통신기구(FRA)의 모니터링 활동과 관련한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내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스웨덴 의회는 집권당인 신자유주의 보수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법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스웨덴 전역에서 유·무선을 망라한 전화 및 인터넷 소통에 대한 군 정보기관의 감시활동을 합법화한다. 모든 대화는 군 정보당국이 규정한 목적에 부합하는 조건으로 사후 조회가 가능하도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런 법안은 ‘민주 국가’에서 가장 포괄적인 권한을 가진 법 가운데 하나다.

법안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 테러리즘과의 싸움을 위한 추가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이유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우선, 어떤 정보기관도 다른 정보기관과 교환할 수 있는 독자적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러시아의 군사기밀을 빼내 미국 군사정보기관에 파는 것은 여전히 특별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 또는 무슬림계 스웨덴 시민에 관한 정보에 관심이 많다. (현행법상) 국방무선통신기구는 정상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 돼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와 국내 정보를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이 법으로 이런 법적 장벽을 철폐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 국방무선통신기구가 존속할 권리와 같은 관료조직적 이유도 있다. 이 기구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군사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런 임무는 냉전 시기에도 훌륭히 수행됐다. 90년대 후반에 이 기구는 새로운 임무를 요구받았다. 마약과의 전쟁, 그리고 9·11 동시테러 이후에는 ‘테러와의 전쟁’이 그것이다.

민주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스웨덴인지라, 새 법안에 대한 반발이 예상됐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토론이 진행됐고, 대중매체에서는 입법 이후에도 더 방대한 비판적 토론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논의 뒤에는 그처럼 포괄적인 감시활동이 저널리즘에 필수적인 ‘취재원 보호’ 원칙을 심각히 위협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최근 투표권이 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0% 이상이 새 법안에 반대한다. 집권당 내부의 비판이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달, 어떠한 도·감청도 최소한 1명 이상의 판사가 허가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한 수정안을 내놨다.

다수가 법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통신비밀이라는 사적 영역을 위협하는 데 대한 ‘개인적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그 방증이다. 개인적 영역에의 집중과 정치적 차원에 대한 뚜렷한 무관심은, 스스로 조직하는 사회적 저항이 없는 현실을 이해할 수도 있게 한다.

스웨덴 사회의 이런 모습은 역사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문제를 ‘합의’의 정신에 바탕해 해결하는 정치문화를 지닌 스웨덴식 복지국가 모델은 전후 시기에 발달해 왔다. 경제적 분배와 물질적 보상의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유럽의 포드주의 사회들 틈바구니에서 과도한 지위를 누렸다. 이는 외견상 군사적 중립을 지키는 외교정책과 비동맹국가들 사이에서의 특권적 지위와 관련이 있다.


이 법은 조직범죄 및 테러리즘과의 싸움을 위한 것치곤 분명 수상쩍다. 무엇보다도 복지국가 활성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관료조직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강력한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정당들은 자신들의 대중적 지지에 더 민감하다. 그들에게 유일한 해법은 이것이다; 체면 구기지 말고 입법을 철회하는 것.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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