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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7 21:05 수정 : 2008.10.17 21:05

파르진 바흐다트 미국 바사르대 교수

세계의창

조지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이 이란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란의 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군사작전이나 ‘은밀한’ 조처에 대한 유혹을 갖는 것은, 슬프지만 가능한 현실이다.

이란 핵시설 정밀타격, 종족 및 지역 갈등에 바탕한 내전 유도, 전격 침공해 친서방 정권으로 교체 등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은 모두 엄청난 문제와 예측불가능한 결과를 수반한다. 정밀타격은 이란 핵시설을 일부 파괴하거나 핵무기 개발을 늦출 순 있지만 불확실하다. 이란 민중을 봉기시켜 현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생각은 순진하기 짝이 없다. 이란 민중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혹독한 시련을 겪은 지 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누리고 있는 얼마간의 안정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란의 성직자 정권도 혁명과 전쟁으로 정권을 잡은 첫 세대로서, 쉽게 정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전을 조장하는 것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너무 위험하다. 분열된 이란은 구미가 당길 수 있다. 세계의 핵심 전략지역의 권력을 균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수십년은 걸릴 그런 작업은 극히 위험하다. 내전은 단순히 한 국가 안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종종 국경 너머로 번지게 된다. 이란의 경우 내전은 터키계 이란인을 끌어들이게 되며, 이는 아제르바이잔이나 심지어 터키의 개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쿠르드족과 발루치족(파키스탄의 수니파 부족)이 이라크와 파키스탄을 이란 내전에 말려들게 할 수도 있다. 이란의 영토 주권에 간섭하는 것은 지금 이라크의 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

이란을 전격 침공하는 것도 좋은 방책이 아니다. 이란은 군사대국이며, 국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악지형은 장기전을 극도로 어렵게 할 것이다. 더욱이 이란에는 준군사조직까지 둔 지역 및 종교 권력이 많다. 외세의 침략 때, 이런 조직들은 현재 이라크 상황이 무색할 만큼 저항할 수 있다.

이란은 역사상 외세에 굴복한 적이 거의 없다. 이란인은 자신들을 신분제의 굴레로 속박했던 하늘과 지상의 통치자에 대한 불만과 이슬람의 ‘평등 약속’에 이끌렸다. 상황은 지금도 비슷하다. 많은 이란인들이 경제적 고통과 정치·문화적 퇴보에 불만이 크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근대적 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은 군사행동 대신 외교, 경제, 문화적 차원에서 이란에 개입할 수 있다. 이란에는 그런 방식의 개입에 호응할 중요한 권력층들이 있다. 아야툴라 하메네이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축으로 한 옛 세력은 거의 30년 가까이 권력을 쥐고 있으며, 그들의 권력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방식의 게임에 기꺼이 흥미를 보일 것이다. 9·11 동시테러 이후 미국과의 협상 시도에서 보여줬듯이 말이다.

개혁세력의 정치적 패배에도, 이란의 시민사회는 여전히 활기차며, 정치 상황이 안정된다면 민주주의로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은 젊은 신인이며 모험심이 많다.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는 성직자 블록은 잠시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옛 세력의 권력에 도전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야툴라 하메네이가 현재로선 아마디네자드의 편을 들면서 라프산자니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서방세계가 (이란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반대로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그 결과는 전세계에 재앙을 불러올 더 큰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르진 바흐다트 미국 바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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