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31 19:56
수정 : 2008.10.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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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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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세계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동 국가 대다수도 금융위기에 휩싸였다. 시리아와 이란처럼 자기방어 체제를 갖추고 세계 금융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나라들만 봉변을 면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금융공포를 겪으며 자신들의 부를 잃어버리는 악몽 속에 살고 있다.
걸프 지역의 중동 산유국들은 그동안 독자적인 국제 유동성(통화)을 보유하고 미국의 거대 금융제국이 운영하는 국제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일정 정도 독립적인 시스템을 갖추라는 충고를 받아왔다. 아랍권의 자원부국들은 엄청난 양의 기름을 생산해 고소득을 올려왔다. 국제수요가 넘쳐났고, 그들은 손쉽게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인 통화를 강제할 수 있었다.
아랍의 경제학자들은 또 이들 국가에 국제 시스템에 완전히 고착되는 게 아니라 그것과 협력하는 독자적 금융시스템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이슬람식 경제 및 금융 원칙에 부합하는 고유의 은행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아랍 국가들은 1950년대 초반부터 공통의 아랍경제 구축을 논의해왔지만 아직껏 그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다. 걸프 국가들은 수년 동안 ‘아랍 디나르’라는 독자 통화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아무런 가시적 성과도 없었다.
아랍 경제학자들은 경제관은 다를지라도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감춰진 위험성에는 동의해왔다. 일부는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세계경제를 삼키고 금융시스템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어떤 식으로든 아랍의 독립적 경제시스템을 갖추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해왔다. 자본주의 경제원리가 이윤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인간적 가치에 대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으므로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이슬람적 경제·금융 원리가 이윤과 인간적 가치 사이의 합리적 균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최근 이슬람 경제학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이 고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융위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예언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진정한 독립국가가 아니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아랍 정권들은 사실상 미국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 서구가 만들어낸 정권들인데다, 사회적 특권에만 신경쓰는 부족 정권이며, 정부와 거버넌스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독립적인 경제·금융 정책을 채택하려면 독립적인 정치의지가 요구된다. 이란과 시리아가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다. 두 나라는 긴 세월 동안 미국의 경제제재로 고통받고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자유로운 자금 차입도 봉쇄당해왔다. 이제 두 나라는 미국의 그런 조처에 감사해야 할 판이다. 두 나라는 아랍이슬람 지역에서 미국의 정책들에 맞서왔을 뿐 아니라, 자급자족 경제의 창출을 꿈꿔왔다. 특히 이란은 이슬람의 가르침에 맞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려 힘써왔으며 실제로 자족적 경제로의 진전을 성취해왔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의 핵심 문제는 그들 돈의 대부분이 서방국가의 은행, 특히 미국의 금융기업들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미국적 정책수단들이 뭔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절망적인 희망에 매달려 사는 이유다.
경제학자들은 아랍의 부유한 나라들이 상당한 돈을 잃겠지만 막대한 석유자원 덕에 굶주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전히 자동차 바퀴는 기름 없이 굴러가지 않으며, 세계가 석유 대신 대체에너지에 의존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원유 소비는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며, 각국의 투자정책은 더 엄격해질 것이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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