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
세계의창
건국 초기부터 중국 정부는 시민들이 상급기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격려했다. 이를 흔히 ‘상방’(上訪)이라 한다. 지금도 각급 정부와 관청·검찰·법원은 모두 상방을 전문으로 접수하는 사무실을 운영한다. 이들 사무실은 접수한 상방을 관련 기관에 전달해 해결하도록 독려한다. 상방은 해결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기관의 간부들을 불편하게 한다. 상방을 한 백성들이 간부들의 눈밖에 나 되레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혁개방 시기엔 탐관오리들의 부패를 지적하는 상방이 많이 제기됐는데, 이때 상방은 사실 고발과 다름없었다. 이 고발장은 돌고돌아 탐관오리들의 손에 들어간다. 상방을 한 백성들은 결국 핍박의 대상이 된다. 최근 중국 사회가 빠르게 변했다. 빈부 차이는 커지고, 사회 모순은 날카로워졌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사법체계는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결국 상방을 하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아졌고, 상방을 접수하는 사무실이 시장바닥처럼 붐비는 지경이 됐다. 상방이 많아지다 보니 이에 기생하는 새로운 산업이 번창했다. 상방을 하러 온 이들에게 전문적으로 먹을 것과 묵을 곳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이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다. 상방을 접수하는 사무실 주변엔 상방과 산업이 결합한 ‘상방촌’이 들어섰다. 국경절 같은 큰 기념일이 닥치면 베이징의 상방촌은 도시 경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커진다. 그러면 시정부와 공안당국은 관리들을 풀어 상방인 청소에 나선다. 법규 위반 정도가 가벼운 이들은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무거운 이들은 노동교화소로 보낸다. 그러나 들불은 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나는 법이다. 다음해 기념일이 닥치면 상방촌은 다시 번창한다. 지난해부터 중앙정부는 상방인들의 수를 지방정부의 성적을 매기는 잣대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상방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이니 점수를 깎겠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로 하여금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지방정부들은 관리들을 베이징으로 보내 상방인들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상방인들의 수를 줄이려는 계책이었다. 상방인들을 마중하러 간다는 뜻의 ‘접방’(接訪)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러다 보니 베이징의 상방촌에는 상방인보다 접방인이 더 많은 기현상이 나타났다. 접방인들은 상방을 접수하는 사무실 근처에 진을 치고 상방인들의 출입을 막는다. 상방인이 어찌어찌 해서 이 방어선을 뚫고 사무실로 들어가면 스파이를 투입한다. 이들은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서 상방기록을 삭제한다. 접방은 상방을 저지한다는 뜻의 ‘절방’(截訪)으로 변질됐다.상방인과 절방인들의 전투는 지방에서도 벌어진다. 상방을 할 것 같은 이들은 마을 전체의 감시를 받는다. 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버스역과 기차역에 수배령이 떨어진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모든 길이 순식간에 차단된다. 베이징의 상방촌에 올라온 이들은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이런 저지망을 뚫은 것이다. 그 강인함과 슬기로움에 어찌 탄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방정부는 상방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애쓰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예전처럼 핍박하진 않는다. 일부 지방정부는 상방인들을 좋은 호텔에 묵게 하고, 융숭하게 대접한다. 심지어 돈을 주기도 한다. 상방인들을 달래는 게 지방정부의 또다른 재정지출 항목이 된 것이다. 지방정부의 이런 안쓰런 노력은 상방인들의 신규 증가를 억제한다. 이 때문에 요즘 상방촌에선 오랫동안 상방에 매달려 온 고참 상방인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중에는 상방이 어느덧 ‘직업’이 된 이들도 있다.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