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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7 19:36 수정 : 2008.12.17 19:39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사람들은 올림픽이 중국에 끼칠 ‘좋은 영향’을 얘기하며 들떴다. 그러나 이런 낙관은 싼루 분유에서 유독성 화학물질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중국은 곧바로 극심한 ‘우유 위기’에 빨려들어갔다.

독분유 파문은 나라 안팎으로 파급됐다. 싼루만이 아니라 대부분 유가공 업체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사람들은 우유를 입에 올릴 때마다 낯색을 붉혔다. 시장에선 우유가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여갔다. 수만명의 어린이들은 신장결석에 걸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아야 했다.

정부는 일련의 대책을 베풀어 이 위기를 넘겼다. 유가공 업계 정돈, 책임자 처벌, 환자 응급치료 등의 조처가 잇따랐다. 그리고 지금, 독분유 파문은 슬그머니 사람들의 망각으로 빠져들었다. 유가공 업계에서 이토록 심각한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반성도 사라졌다. 이 모든 사태가 단지 몇몇 몰지각한 상인들의 잘못된 행위의 결과란 말인가?

조사 결과 독분유에는 화학제품 원료인 멜라민이 첨가된 것으로 밝혀졌다. 누군가 우유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고 장난을 친 것이다. ‘진짜 우유’는 단백질 함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직 ‘가짜 우유’에서만 단백질 함량에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중국 유가공 업계에 잠재된 ‘잘못된 규칙’에서 비롯한 것이다.

유가공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들으면, 우유 100근에 물 20근을 타고 식물성 기름이나 단백분을 첨가해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이다. 중국에선 2007년부터 생우유 수요량이 급증했는데, 이에 맞춰 멜라민이 단백질 함량을 조작하기 쉬운 물질로 떠올랐을 뿐이다. 유가공 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우유를 타락시켰다. 이들에겐 우유가 우유이게 하는 최저기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이상의 조건에 대해선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국가질검총국도 우유의 멜라민 함유 여부를 검사하는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다.

유가공 업계의 이런 타락은 근본적으로 과속 발전에서 비롯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가공우유의 수요량은 30배나 늘었지만, 젖소의 우유 생산량은 10배도 채 증가하지 못했다. 젖소 증가속도가 유제품 수요의 증가속도에 훨씬 못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농민들이 젖소를 키우는 우유농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들 우유농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분산돼 있어 유가공 업체를 직접 상대하기 힘들었다. 이런 틈새에서 집유소가 나타났다. 우유농과 유가공 업체를 잇는 고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고리에 대해선 거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유농과 유가공 업체의 이윤은 모두 박하다. 유가공 업체의 평균이윤은 5%를 넘지 않는다. 우유농가에 젖소 한 마리는 해마다 1000위안(약 19만원) 남짓한 순수입을 안겨주는 데 불과하다. 4년이 지나야 겨우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집유소의 이윤은 20~30%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본성은 단백질 함량을 조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우유를 마시는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릴 순 없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 없이 정부를 믿을 수밖에 없다. 식품안전 당국은 모든 나라는 배불리 먹고, 잘 먹고, 안전하게 먹는 3단계를 거쳐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방금 2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라고 말한다.

최근 잇따른 불량식품 파문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 독분유는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중국은 이제 모두 안전하게 식품을 먹을 수 있는 3단계로 빨리 옮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과속이 해답은 아니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속도를 희생해서라도 안전을 보증해야 한다.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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