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6 19:20
수정 : 2008.12.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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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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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세상의 많은 이들이 미국에선 정치와 기업이 깨끗하고 개방돼 있다고 믿는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 금융산업에 의해 만들어진 ‘독성 쓰레기’(부실 채권)의 홍수는 이러한 호의적인 견해를 무너뜨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추문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지난 30년 동안 성공적으로 헤지펀드를 운영하면서 부자가 된, 겉으로는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의 펀드는 매년 높은 수익률을 냈다. 사람들은 그에게 돈을 맡기려 줄을 섰다.
그러나 메이도프가 투자를 해서 높은 수익을 보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오래된 수법인 ‘폰지’(이전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 다단계 방식)를 활용했다. 메이도프는 지난해 모집한 투자자들에게 올해 모집한 투자자들의 돈을 지급했다. 메이도프에게 돈을 투자하려고 안달하는 사람들이 계속 줄을 잇는 한 사기행각은 계속될 수 있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메이도프 펀드가 500억달러 넘게 성장할 때까지 계속됐다.
메이도프는 지난해 예상외로 시장이 급락하면서 문제에 빠져들었다. 투자자들은 갑자기 다른 곳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현금이 필요했다. 부유한 자산가나 은행과 다른 투자 펀드, 심지어 자선단체들도 자기 자산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메이도프에게 투자했던 돈은 지금 사라졌다.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메이도프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대규모 사기를 벌이려 했기 때문이 아니다. 메이도프 같은 사기꾼이 수십년이나 들통나지 않고 단순한 수법으로 엄청난 사기행각을 계속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거대한 부패를 드러내는 것이다.
더욱이 메이도프의 불법 행위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금융사기 예방 책임이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런 불만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미 나스닥 증권거래소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메이도프는 금융산업계의 모든 저명인사들과 교분이 있었고, 많은 자선단체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메이도프와 같은 인물들은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처한 문제다.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동들이 월스트리트 삶의 한 방식이다. 이상한 것은 이런 악당들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고, 잡힌다고 하더라도 처벌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 금융산업이 비범한 정치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금융산업은 민주·공화 양당에 손이 큰 기부자다. 정권 교체는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다른 인물에게 최고 경제 관료직을 넘겨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로버트 루빈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고, 헨리 폴슨은 현 부시 행정부의 재무장관이다. 둘 다 미국의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금융산업은, 규제·감독권을 지닌 의회 위원회의 핵심 위원들의 선거에서 늘 최고의 기부자 노릇을 해온 터라, 의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결국 어떤 의원도 금융산업의 고삐를 바짝 죄는 일을 진지한 관심을 갖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나쁜 소식이다.
미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월스트리트에 대한 투자는 지금의 규제 환경에선 매우 나쁜 도박이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만약 워싱턴이 그런 사기행위를 일소하지 않으면, 외국 투자가들은 월스트리트에 돈을 맡기기보다 카지노에 가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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