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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9 19:23 수정 : 2009.01.09 19:23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세계의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1월20일은 전세계인이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새 행정부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잔학행위에 강력한 제동을 걸 것 같지는 않다.

오바마 당선자의 중동정책 수석보좌관인 데니스 로스를 비롯해 톰 대슐, 람 이매뉴얼 같은 인물들을 볼 때, 팔레스타인 문제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단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운동 때 한 말을 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조금 더 이성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하리란 희망은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가능성을 실현시킬 국제사회 여론의 압력이다.

지난달 30일 오바마 당선자의 국가안보 담당 대변인인 브룩 앤더슨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대한 국내외의 항의에, “대통령 당선자는 지금 (미국의) 대통령은 한 명이란 사실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상황에 대한 오바마의 침묵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아랍의 무장세력과 민간인을 상대로 치명적인 무력을 휘둘러도 애써 모른 척하는 미국의 오랜 전통적 태도와 아주 많이 닮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오바마가 보여온 태도의 궤적은 꽤 시사적이다. 10여년 전 일리노이주 의회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에 동정적이었다. 그는 시카고 지역의 아랍계 미국인과 팔레스타인 그룹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다. 그때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에 대한 미국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고, 더 균형 잡힌 접근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국 차원의 정치에 뛰어들면서 오바마의 접근법은 점차 바뀌었다. 2003년 초 오바마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재력 있는 친이스라엘 유대인들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매우 중요한 연설을 했다.

“우리가 할 일은 이스라엘이 주변국과의 평화를 이루는 것을 돕는 미국의 노력을 새롭게 하면서, 이런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세력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은 중동에서 우리의 가장 굳건한 동맹이며 유일한 민주국가인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분명하고 강력한 약속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군사적 기금 지원과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이스라엘과의 독특한 군사관계에 대한 우리의 모든 책무를 유지해야 한다.”

오바마의 언행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 내의 강력한 지원자들을 불쾌하게 할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다른 한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에 대한 언급을 볼 때, 오바마 행정부가 현재 온건파 파타당이 집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지를 강화하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사실상 하마스를 따돌리고, 이스라엘 정부에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압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진정한 해결로 이어지거나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성급한 낙관이 결국 실망감으로 끝났던 점, 그리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지자들이 팔레스타인의 최소한의 요구에조차 귀 기울이지 않았던 탓에 폭력적 충돌이 재개됐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미국과 이스라엘로 하여금 팔레스타인의 실질적인 독립국 수립이라는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국제사회 여론의 힘일 것이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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