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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6 18:51 수정 : 2009.01.16 18:51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세계의창

2008년은 중국의 생사가 걸린 해였다.

2007년 말 많은 학자들은 대규모 사회적 혼란을 예상했다.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백성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고, 현존 정치제도가 개혁되지 않는 데 대한 원성이 정부에 ‘조화로운 시간’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소규모의 반정부 집단시위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언제라도 들판을 태우는 불씨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침 2008년 초 남부지방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5월엔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대재난은 본디 대동란의 도화선이 되곤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중앙 지도부가 백성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친민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백성들은 오히려 정부에 신뢰와 기대를 갖게 됐다.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관용의 폭도 넓어졌다.

특히 쓰촨성 대지진의 효과가 컸다. 10만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참사 앞에서 일상적인 고통은 무의미해졌다. 현실의 고통을 감내하는 백성들의 인내력도 커졌다. 구제안민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피로에 지쳐 고단한 눈을 뜰 때마다 어깨를 짓누르던 정치적 압력이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꼈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살렸다. 유럽과 미국에서 봉송되던 성화가 잇따라 반중국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전세계에서 중국인의 애국열정이 타올랐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이를 민족적 자부심으로 승화시켰다. 쓰촨성 대지진을 겪으면서 발동한 민족적 단결은 마침내 최고조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시하던 백성들의 분노는 무시됐다. 이 기간에 구이저우와 윈난, 간쑤성 등지에서 지방정부를 공격하는 집단시위가 잇따랐다. 택시기사들의 파업도 각지에서 발생했다. 예전 같았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공포감을 줬을 대형 사건들이었지만, 2008년엔 모두가 가볍게 여겨졌다.

멜라민 분유 파문도 쓰촨성 대지진 못지않은 재난이었음에도, 더는 악화되지 않았다. 백성들의 민원이 들끓었지만,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처한 탓도 컸다. 그러나 멜라민 분유 파문은 백성들로 하여금 올림픽의 환상에서 깨어나 국가와 민족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새해엔 대지진의 고통과 올림픽의 자신감은 모두 추억이 될 것이다. 탐관오리들의 추악한 얼굴이 다시 백성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백성들의 민원도 상승을 넘어 비등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아직도 대지진 당시 수많은 학생들을 숨지게 한 이른바 ‘두부 학교’의 부실공사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을 끈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다. 부패에 대한 민중의 원성은 정치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 또한 당의 지배를 유지하는 데 힘이 부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폭발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경제영역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서방의 정치 및 경제제도 전반에 감춰져 있던 결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방의 비판을 받았던 중국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금융제도는 오히려 안전을 가져왔다.

이는 중국의 정치제도 개혁에 대한 압력이 감소하게 됐음을 뜻한다. 왜냐면 지금까지 중국의 개혁 목표와 모델은 모두 서방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중국이 정말로 서방과 다른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 길’을 걸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2008년의 모든 ‘위기’는 정부의 탁월한 표현을 빌리자면 ‘기회’로 전환됐다. 이는 정부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정부는 이제 좀더 여유롭게 ‘조화로운 시간’을 누리게 됐다.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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