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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30 19:28 수정 : 2009.01.30 19:28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연방제 논의가 제기된다면 우리는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연방제 개념을 지지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조선반도의 안보상황을 극도로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달 초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난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나 핵협상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어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 리찬복 상장, 6자 회담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도 그랬다.

6자 회담에 관한 북한의 계획을 알아보고자 필자가 먼저 ‘대타협’의 상세한 제안을 설명했다. 북한이 이미 신고한 30.8㎏의 플루토늄을 국제원자력기구에 넘기면, 미국은 평화조약 체결, 북한과 관계 정상화, 장기적 식량과 에너지 지원 등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거부는 단호하고 명백했다. 북한은 앞으로 협상에서 추가 핵무기 개발은 배제할 태세가 되어 있지만, 이미 실재하는 무기들을 언제 포기하게 될지는 향후 대미관계에 달렸다는 태도를 보였다.

30.8㎏의 플루토늄은 4~5개의 핵폭탄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북한 쪽 인사들은 이 플루토늄이 “이미 무기화됐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국방위 대변인인 리찬복 상장은 ‘무기화’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미사일 탄두 개발을 언급하는 것임을 암시했다.

북한의 이런 강경태도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두 가지 대안적 접근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가 선의의 무시 정책이다. 북한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계 정상화로 나아감으로써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부시 행정부 초기에 “체제전복”의 암묵적 목표를 갖고 추구했던 적대 정책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무시받지 않도록 계획된 도발적 행동으로 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무시 정책에는 위험이 따른다.

둘째 대안은 북한의 핵무기 수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4~5기의 핵무기로만 제한할 목적으로 6자 회담을 계속하는 것이다. 영변 원자로 불능화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기로 됐으나 아직 전달되지 않은 20만t의 중유 제공을 미국이 조율할 것과, 플루토늄을 추가로 재처리하지 못하도록 영변 원자로를 해체하는 조건을 협상할 필요가 있다.

북한 쪽이 원자로 해체에 대해 필자에게 설명한 조건들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지금까지 요구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작된 경수로 2기를 완공할 것과, 2008년 7월12일 발표대로 6자 비핵화 실무그룹이 확대된 검증 과정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이에 더해 북한의 비군사적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병행해, 1991년 발표대로 한국에서 미국 핵무기가 실제로 제거됐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한국내 미군기지들에 대한 사찰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사찰에서도 의심되는 핵폐기물 저장시설들에서의 표본 추출은 포함되지만, ‘무기화’된 플루토늄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강경기조로 변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이번 방문에서 확인했다. 필자는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소식통에게서 김 위원장이 실제로 지난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중요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국내문제에 대한 일상적인 결정권한은 매제인 장성택에게, 그리고 국가안보 문제는 국방위에 통제권을 넘겼다는 것이다.


고려할 점은 대북 포용정책이 군부 강경파들과 경쟁하고 있는 북한내 실용파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준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중국 등 주요 핵보유국과 협상할 수 있다면 핵보유국 북한을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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