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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1 18:50 수정 : 2009.03.01 20:20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이른바 양회(兩會)의 중점 논의 사항은 집값이었다. 중국의 집값이 너무 높아서다. 도대체 중국의 집값이 얼마나 비싸기에 그런 것일까?

매매용 주택의 평균값은 국민 1인당 연평균 수입의 10배를 넘지 않는 게 국제기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에선 이게 통하지 않는다. 최근 한 경제학자가 계산해보니, 이 비율이 베이징은 23배, 상하이는 21배, 광저우는 19배에 이르렀다. 베이징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23년 동안 수입의 전부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계산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중국의 집값이 한참 떨어진 뒤에 나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그때만 해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출현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값이 결국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광저우와 선전의 집값이 떨어지면 전국민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내기까지 걸었다. 그러나 얼마 뒤 금융위기가 폭발하면서 광저우와 선전은 물론, 전국에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결국 신문에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경제 현상은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틀린 예측을 하는 것은 결코 학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누가 시장에서 이익을 보느냐에 대한 평가에서 잘못을 범했을 뿐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이익을 보는 이들로는 일단 개발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 역시 주머니가 두둑하다. 여기에 각급 지방정부까지 끼어들어 한몫을 챙긴다. 이 때문에 민의를 대표하는 이들은 정부와 은행, 부동산 개발업체가 연합해 소비자를 상대하는 상황에선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제일 먼저 부자가 됐다. 동시에 가장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엔 토지가 있고 대출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개발업자가 됐다. 이 두 가지는 보통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동산 개발업체가 부패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더욱이 이들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집값을 고가로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두려울 게 없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부동산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부동산을 중시하는 각급 정부의 처지를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백성들도 물론 이를 잘 알고 있다. 백성들의 불만은 정부가 매매용 주택에만 관심을 쏟고 보장성 주택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인구의 대다수를 이루는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집에 대한 관념도 문제다. 중국인들은 가족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집은 이런 가족의 중요한 물적 토대다. 이들은 개혁개방 30년을 거치면서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을 장만하고자 하는 소망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비록 엄청난 빚을 안긴 했지만, 다행히 집값이 폭등을 거듭했다. 이러니 원가를 따지며 집을 사는 관념이 생겨나지 못했다.


경제인은 최종적으로 이성적이다. 이성의 최후선은 구매력이다. 집값의 상승 속도가 소비자의 수입 증가 속도보다 높아지자 마침내 주택에 대한 열망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매매용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시장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앞서 집을 산 이들에게 중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장을 줘야 한다고 수군댄다.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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