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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6 18:04 수정 : 2009.03.06 19:53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전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군사적으로 수렁에 빠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얼핏 보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8월까지 5만명만 남기고 전투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은 선거공약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훈련과 군수지원에 5만명의 병력이 필요할까? 철군에 반대해온 이라크 주둔 미군 장성들은 “필요한 경우” 전투임무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상군 주둔 규모보다 중요한 문제는 미 공군이 이라크에 기지를 둔 장거리 폭격기들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지난해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이 폭격기들을 위협으로 본다는 얘기를 여러차례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한 이란과의 외교적 예비교섭이 이뤄지면, 이란은 지정된 기한 안에 장거리 폭격기를 포함한 모든 미군의 철수를 밀어붙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에 대한 1만7천명 증파 결정도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승리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포괄적인 정책 재검토가 아직 진행중이라는 구실을 대고 있다. 그러나 추가 파병을 결정하기 전에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이 2001년 이래 아프간에서 하는 일들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 ‘승리’에 대한 정의가 초고속 중앙집권화라는 비현실적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역사적으로 한 차례도 중앙집권화된 적이 없는 사회다. 아프간은 다양한 종족간의 느슨한 집합으로 결합되어 왔다. 1747년 세워져 1973년 옛 소련 지원의 쿠데타 때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던 왕조는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에 기반했다.

영국의 식민통치 이전, 파슈툰족은 동쪽으로 현재의 파키스탄을 지나 인더스강에 이르는 아프간제국의 깃발 아래 1747년 이래 정치적으로 통일됐다. 영국이 인더스강과 카이버패스 사이의 파슈툰족의 옛 영토를 점령하면서 파슈툰족이 양쪽으로 갈라졌고, 듀란드 라인이라는 아프간과 영국령 인도 사이의 경계선이 그어졌다.

1947년 영국은 이 영토를 파키스탄 정부에 넘겨줬다. 그러나 두란드 라인을 받아들인 적이 없는 아프간은 파키스탄에 독립 ‘파슈투니스탄’을 세우거나 옛 영토를 되찾아 ‘대아프가니스탄’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등 파슈툰 지역에 대한 파키스탄의 지배권에 도전해 왔다. 현재 아프간에서 파슈툰족은 지배종족이 아니다. 미국이 파슈툰족에 기반한 탈레반 정부와 싸우기 위해 소수 종족인 타지크족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타지크족 장성들과 꼭두각시들은 아프간군과 막강한 비밀경찰, 정보기관 등에서 중요한 위치를 계속 차지하고 있다. 파슈툰족 출신인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은 파슈툰족에서 대부분의 전사들을 조달하고 있다.

종족적 요인 말고도 탈레반 세력의 성장을 설명하는 다른 두가지 요인은 잘 알려져 있다. 하나는 미군 공습이 초래한 민간인 사상으로 인한 분노이다. 다른 하나는 파키스탄의 지원이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지원이 계속되도록 일부 파슈툰족에 대해선 적당한 행동을 취하면서 또다른 파슈툰족 일파에게는 숨을 곳을 제공하는 이중게임을 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경제·군사 원조를 지렛대 삼아 파키스탄 정부에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하고, 공습을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저자세’의 군사전략으로 옮겨가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아프간-파키스탄 정책의 재검토가 과거와 같은 식으로 가게 된다면, 미국은 또다른 베트남식 수렁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될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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