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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3 19:58 수정 : 2009.04.03 19:58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세계의창

중국인들의 구매력은 언제나 외국인들을 놀라게 한다. 중국인들에게 돈이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구매력은 중국인들도 놀라게 한다.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안정되고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다. 그들의 수입은 대체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잠깐만 손가락을 꼽아보면, 그들이 해마다, 달마다 얼마를 버는지 쉬 계산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어느 날 집을 사고 차를 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깜짝 놀란다. 그들의 수입에 비해 소비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런 소비로 친구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을까? 피차일반이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회사에서 월급 외에 이른바 ‘장려금’(보너스)을 받는다. 말이 장려금이지, 실제론 장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사람들이 그렇게 구분할 뿐이다. 이런 장려금을 처음 받는 신입사원들은 대개 이런 충고를 받는다. “무슨 명목인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라. 그냥 주머니에 넣으면 된다.”

이런 장려금은 월급 명세서에 적히지도 않는다. 그러니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물론, 정부가 작성하는 국민소득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구매력은 바로 이런 장려금에서 나온다. 열 명 가운데 적어도 다섯 명은 이런 ‘월급 외 수입’이 월급보다 많다.

친구들 모임에 가면 “영수증 있냐”고 대놓고 묻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답변은 대체로 실망스럽다. 모두가 영수증을 모으려고 다투기 때문이다. 영수증은 어디서나 품귀다.

사람들이 영수증을 모으는 것은 소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회사가 편하게 장려금을 줄 수 있도록 장부를 맞추기 위해서다. 회사에선 직원들에게 돈을 주려고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한다. 영수증을 모으지 못한 직원은 직접 그만큼을 소비해 영수증을 만들어 온다.

어떤 회사에선 직원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고 직접 쇼핑센터에서 구매카드를 산다. 그러면 쇼핑센터에선 회사가 사무용품을 산 것처럼 영수증을 떼 준다. 회사는 그 구매카드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직원들은 쇼핑센터에서 자유롭게 물건을 산다. 직원들은 자기 돈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의 대형 쇼핑센터는 모두 ‘단체구매 사무실’을 운영한다. 전문적으로 구매카드를 사는 회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다. 연말이나 명절 때가 되면 단체구매 사무실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얼마 뒤엔 쇼핑센터 계산대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야말로 벼락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구매카드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상부기관 간부들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할 때 현금을 내밀기는 쑥스럽다. 받는 이들도 꺼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구매카드 몇 장이면 만사형통이다. 뇌물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세간에 이런 민요가 있다. 이른바 ‘4개 기본원칙’이라는 것이다. “일은 기본적으로 할 줄 모르고, 집에는 기본적으로 가지 않고, 월급은 기본적으로 쓰지 않고, 아내와는 기본적으로 자지 않는다.” 이는 애초 부패하고 무능한 관리들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직장인들에게도 능히 통하는 노래다. 아! 많은 외자기업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지 않는가.

중국인들은 이런 월급 외 수입을 ‘회색 수입’이라고 한다. 회색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깨끗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불법에 속하지도 않고 합법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결정하는 것은 월급이 아니라 바로 이런 회색 수입이다.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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