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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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북한의 발사가 ‘도발’이었나? 미국이나 일본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불안은 이해할 만하다. 6년 만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개막에 맞춘 발사 시점은 발사가 주로 국내정치적 이벤트였음을 분명히 해주었다. 내부적으로 김정일의 위상을 북돋우는 큰 쇼였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998년 발사는 북한 건국 50돌에 맞춰졌다. 한국이 이번 여름 고흥 나로도에서 자체 위성을 러시아 로켓으로 발사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김정일은 북한이 더 기술자급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길 원했다. 군사분석가들은 한국의 위성 발사나 1971년 이후 일본의 25차례 위성 발사에 비해 북한의 발사가 군사적이고 위협적이라고 틀림없이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J-1, J-5 로켓은 미국의 최고 대륙간탄도탄과 비교되는 사거리와 추진력을 갖고 있다. 북한의 발사는 이란·시리아 등 미사일 부품과 기술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사일 능력을 광고하려는 의도가 틀림없다. 그러나 얄궂게도 미국의 북부사령부에 따르면 2단계가 실패했고, 어떤 물체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한 광고가 되지는 못했다. 미국이나 일본에 도발이 되기는커녕, 북한은 소련에서 획득한 스커드미사일 기술을 응용해 달성하고자 했던 것의 한계를 보여줬다. 북한은 워싱턴의 미사일방어(MD) 로비단체들과 일본 우파들이 묘사하는 위협이 되기 위해선 탄두를 소형화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미국도 탄두를 1000㎏ 이하로 끌어내리는 데 8년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열보호막은 버거운 기술적 도전이다. 단 다섯 나라(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만이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북한의 발사가 도발로 불릴 수 있다면, 올여름으로 예정된 일본의 H-2위성 발사도 똑같이 도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자체 미사일 사정거리를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서 정한 300㎞로 제한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점에서 한국 쪽의 불안은 이해할 만하다. 북한은 미국과 미사일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를 필자가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들었다. 한국은 동북아지역 미사일 제한을 북-미 미사일합의에 연계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보장을 추구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 공통된 가정은 북한의 주요 동기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관심 끌기였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의 발사는 성공한 것이지만, 결과가 북한에 꼭 이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위기와 중동문제에 얽매여 있고, 북한과의 협상 구조를 만드는 확고한 정책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는 북한의 발사에 대한 혼란스런 미국의 대응에서도 분명히 엿보인다. 백악관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과 협상하는 데 “압박이 가장 생산적인 접근방식은 아니다”라며 “미사일 먼지가 가라앉은 다음에”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필자가 보기에 올바른 태도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이끄는 강경 비판자들에 의해 즉각 비판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이 문을 열어둔다면 북한은 조만간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보즈워스 대표는 미국 협상팀을 이끌 적절한 인물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 사무총장을 지내 경수로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평양 방문에서 필자는 경수로에 대한 약속이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에서 해체로 나아가고, 그래서 북한을 4~5기의 핵무기 보유로 묶어놓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분명하게 들었다.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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