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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7 22:03 수정 : 2009.04.17 22:03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미국에 지배되지 않는 세계를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경제·정치·군사적으로 주요한 구실을 계속하겠지만, 다른 나라들이 국제사회의 어젠다 설정에 참여하려는 요구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세계와 미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미국에서 비롯된 위기는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의 근원은 엄청난 규모의 신기루 같은 부를 창출했던 악성부채와 거품보다 훨씬 더 깊은 곳, 즉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글로벌 불균형에 있다.

이 위기를 푸는 데에는 두 가지 기본 방식이 있었다. 첫째는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이 짊어진 부채를 손실처리해 상각시켜 건강한 성장가도로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이 나라들이 부채를 청산하고 경제구조를 재구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 나라들이 대량 수출을 통해 부채를 청산하는 것이 그 구상의 한 방편이었다. 미국은 달러화 가치가 이 지역의 통화가치보다 훨씬 과대평가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그 같은 요구에 부응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나라들이 겪은 고통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반면교사가 됐다.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한테 감수하도록 했던 것과 같은 조처를 강요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대량의 외환준비금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은 개발도상국들이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의 무역수지는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는데, 2006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엄청난 수요 부족을 초래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상품의 상당 부분이 수입품이었기 때문이다.

거품은 주택수요를 창출했고 소비가 결국은 수요 부족을 메웠다. 이런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에 내동댕이쳐졌고, 미국이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나라들에 요구했던 정책들도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세계가 더는 미국의 정책 독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일보 진전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제기한 금융규제 강화 요구는 지극히 적절한 것이었다. 엄청난 양의 돈이 은밀하고 규제받지 않는 연금과 증권 펀드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금융 안정성에 큰 위험이다. 만일 어떤 기구가 붕괴될 경우 전체 시스템을 위험하게 할 정도로 거대해졌다면 분명 신중하게 규제돼야 한다.

주요·신흥 20개국이 국제통화기금에 새로운 의무를 지우는 데 그토록 머뭇거렸던 것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개발도상국들이 지금의 금융위기를 헤쳐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자금을 융통해 주는 것은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은 그런 임무를 수행할 최상의 준비를 갖춘 기구가 아님은 분명하다. 국제통화기금은 많은 부분 미국의 입김 아래 놓여 있다. 국제통화기금보다 세계 각 지역별로 협정을 통해 기금을 분배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세계가 미국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에 자국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경기부양 지출을 늘리도록 요구한 것은 정말 옳은 것이었다. 각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되돌아오려면 많은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세금 감면은 이를 위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주도국에서 단지 주요국으로 바뀌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주요·신흥 20개국 정상회의는 그 과정의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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