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4.22 21:42 수정 : 2009.04.22 21:42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장

세계의창

지금 유럽에선 핵에너지 개발의 새 물결이 일고 있다. 가장 최근엔 이탈리아가 1987년 국민투표를 거쳐 모든 핵발전소 건립을 금지해온 에너지정책을 뒤집고 핵발전 재개를 위해 프랑스와 계약을 맺었다. 몇 주 전엔 80년 핵발전 금지 국민투표 이후 모범이었던 스웨덴이 정책 전환을 발표했다. 지금은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핵발전소 건설을 금지한 법규를 개정하라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60년대 서유럽에서 핵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을 당시에도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이런 신념은 핵 관련 산업 분야의 이익집단들에 의해 뒷받침됐다.

반대로 70년대에는 환경의식의 성장에 힘입어 이른바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조차 반대하는 광범위한 대중운동이 발전했다. 불과 몇 해 사이에 핵발전소 반대 투쟁에 참여하는 시민도 수백만명으로 늘었다.

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와 86년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면서 핵에너지에 대한 저항은 더욱 커졌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핵발전 계획의 단계적 폐기를 선언했다. 스웨덴은 80년 국민투표를 거쳐 핵발전 계획을 중단했고, 이탈리아는 87년 국민투표로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했다.

독일에서는 대대적 환경운동의 결과로 녹색당이 사회민주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에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두 차례 연거푸 참여했다. 또 정부와 핵산업계의 합의로 핵발전소 신설이 전면 중단되고 기존 시설도 단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유럽에서는 핵무기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만 핵에너지에 집착하게 됐다.

그러나 원유와 가스 값이 오르고 기후변화 문제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많은 유럽 국가에서 핵발전이 다시 주요 의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으로 가스공급에 큰 차질을 겪은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확보에 주목하게 됐다. 유럽연합은 현재 ‘2단계 에너지 전략 검토’를 최종 손질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핵에너지를 풍력이나 태양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핵에너지 찬성론은 에너지 공급 안보 측면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강조한다. 전력과 핵발전 기술 수출은 물론이고 세계화 시대의 정치적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유일한 문제는 핵발전소 사고 가능성이다. 그 위험은 누구도 ‘완벽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곤 했다. 핵발전소 가동의 일상적인 위험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독일에선 핵발전소 인근 지역의 어린이들이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입증할 과학적 연구가 진행돼왔다. 2007년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핵발전소 인근에서 자란 5살 이하 어린이들은 백혈병 발병 위험이 현저히 높았으며 치명성도 심각했다. 이런 결과는 독일 연방 방사능방호국의 또다른 연구에서도 재확인됐다.

핵발전과 이해관계가 있는 압력단체들은 이런 분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연구 결과를 근거 없는 것으로 몰아가려 애쓴다. 핵발전과 소아백혈병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정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아백혈병의 위험이 실제로 증가했다는 점은 수백건의 연구를 통해 명백히 입증됐다. 이제 오직 한 가지 결정만이 남아 있다. 끝없는 에너지 욕망의 대가로, 계속 늘어만 가는 소아백혈병을 감수할 것인가?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