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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4 22:31 수정 : 2009.04.24 22:31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세계의창

위기가 국제통화기금(IMF)을 얼마나 많이 바꿔놓았는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제통화기금은 중요하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기관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질서의 기념비였던 기금은 한물간 운명처럼 보였다.

기금은 오랫동안 좌우 양쪽으로부터 매를 맞았다. 좌파로부터는 긴축재정과 너무 틀에 박힌 경제 정책을 중시한다고 비난받았다. 또 우파로부터는 구제금융을 받은 채무국에서의 구실 때문에 비판받았다. 거대한 민간자본의 흐름에 견줘 기금의 가용 재원은 초라해 보였고, 기금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였다.

기금의 최대 채무자였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몇 년 전 차관을 조기 상환하기 시작하고 차관을 받으려는 국가는 나타나지 않자, 기금의 운명도 끝난 것처럼 보였다. 기금의 수입이 줄면서, 존재 이유를 잃고 있는 것 같았다. 기금은 예산을 줄였고, 조직도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는 국제통화기금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기금은 ‘합리적’ 정책을 조건으로 여러 나라에 긴급자금을 신속히 제공했다. 또 전세계에 국내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책을 촉구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신흥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금의 과거 대출 정책은 철저히 재검토됐다. 또 전통적인 차관 이행 조건을 완화하고, 여러 나라들이 대출을 훨씬 쉽게 받도록 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통화기금이 런던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책무와 함께 더욱 많은 재원을 수혈받게 됐다는 것이다. 20개국 정상회의는 기금의 대출 규모를 지금의 2500억달러에서 7500억달러로 세 배 늘리도록 했다. 기금은 또,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더불어, 거시경제와 금융 리스크에 대한 조기 경보를 발령하고 필요한 정책을 권고하는 임무를 지닌 두 개의 선도적 기관 가운데 하나로 지명됐다.

국제통화기금은 다시 한번 세계경제의 중심부에 서게 됐다. 기금은 새로운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기금이 다시 한번 자신의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의 금융위기 당시, 기금은 자본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을 설교했고 초긴축 재정 정책을 해법이랍시고 적용했다. 기금은 이후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기금이 당시의 교훈을 깊이 새겨, 완고하고 교조적인 태도를 버리고 더 상냥하고 친절한 기구로 거듭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기금 운영에 개도국들이 확실히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가난한 나라들의 관점이 앞으로 훨씬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기금의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단지 개도국들에 더 큰 의결권을 준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금은 많은 똑똑한 경제학자들로 꾸려졌지만, 그들은 담당 국가들의 현실에 밀착하지 못하고 이해도 부족하다. 그들의 전문성은 실무적 업적보다 학위로 정당화되며, 이는 교만함과 우월의식을 낳는다.

이를 막으려면 기금의 지도부가 직원의 채용과 배치, 승진에서 앞을 내다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도국에서 현장 경험이 있는 중간급 간부 채용을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또다른 전략은 기능직을 포함한 일부 인력을 지역 사무소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경우 조직의 중앙집중화를 해소함으로써 우수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도 고객들에게 훨씬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국제통화기금에 중요한 순간이며, 완전한 신뢰를 얻기 위한 내부 개혁이 필수적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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