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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1 21:31 수정 : 2009.05.01 21:31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세계의창

지난 3월 이란력으로 새해 첫날인 노우루즈를 맞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 우선 그는 이란의 유구한 역사와 세계 문명에 대한 기여에 경의를 표했다. 이것은 자기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바깥세계로부터 민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를 갈망해온 이란인들의 마음에 금방 와닿는 제스처다. 오바마는 또 ‘이란 이슬람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함으로써 현 이란 정부를 적법하고 정통성 있는 이슬람공화국 정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시 전 정부가 이란을 악마로 묘사했던 것을 뒤집은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인과 이란인 사이의 공동의 인류애를 인정했으며, 양국 사이의 “오랜 시간에 걸친 심각한 차이”들을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건설하려는 자신의 정책을 밝혔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미군 고위 지도부에서는 부시 정부에서나 있음직한 발언이 나왔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군 중부군사령관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이란이 중동 안정의 주요한 위협이며 냉전 시기의 옛소련보다도 더 큰 위험”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오바마 정부 안의 모순된 태도가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외교정책 조율이 덜 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의 우파가 미국-이란 관계의 개선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세계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강경하고 오만한 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란의 정치세력 안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와 비슷한 복사판이 있는 것 같다. 이란 내 개혁파들은 미국을 포함한 바깥세계와의 관계개선을 추구해왔다. 이란의 보수파 중에도 그런 희망을 표시한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강경파에 비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집권 시절,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서방에 대해 무책임한 적대정책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부시와 꼭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 지도층에 평화의 손길을 내민 이후, 아마디네자드를 비롯한 이란의 강경파 일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 국내외 정책의 최종승인권을 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아직까지는 오바마의 화해 제안을 정치적 수사로 낮춰보고 있다.

그러나 하메네이도 양국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채, 미국 내 이란 자산 동결 및 경제 제재 해제와 같은 실제 행동과 구체적 조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메네이의 또다른 조건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란 관계 정상화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다. 지난 30년간 이란의 외교정책의 바탕에는 팔레스타인 지지와 이스라엘 반대가 깔려 있었다. 이런 정책은 전세계 다수의 무슬림들에게 이란이 영웅으로 비치게 했다.

최근 들어 많은 이란인들이 자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투자’하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됐지만, 이란 지도층은 기존의 태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도층의 개인적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입장 변화가 이슬람권에서 자신들의 지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이란과 화해를 이루려는 어떤 시도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통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의 해결 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이 진정으로 진일보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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