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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5 22:17 수정 : 2009.05.15 22:21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두명의 석방교섭을 위한 외교적 시나리오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두 기자의 소속사인 <커런트 텔레비전> 설립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 제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재 부패 혐의로 기소에 직면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자신의 법적 곤경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평양 방문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그는 과거에도 ‘평양 해결사’ 임무를 잘 수행한 적이 있고, 북한도 고어 전 부통령보다는 그를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출신 전 부통령이라는 위상 때문에,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이 북미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반대로, 다음달 4일로 예정된 두 기자에 대한 재판에서 무거운 형이 선고된다면 긴장이 고조될 위험은 커지고 있다.

 필자는 억류된 기자들의 가족들과 만나 두 여기자가 나쁜 대우를 받고 있지는 않으며 편한 곳에서 생활하며 재판날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을 접촉한 매츠 포이어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를 통해 전달된 이 정보는 부시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가 <워싱턴포스트>에 밝힌 부정확하고 선전적인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두 기자들이 “황량한 감방에 쳐넣어졌다”고 말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평양에 갈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클리턴 장관은 두 기자의 석방이 북미 양자대화 재개에 필요한 정치적 포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 이 아이디어를 “고려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대화를 가능하게 하거나 생산적으로 만들 양보를 할 준비가 됐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 북한이 고어 전 부통령이나 리처드슨 주지사를 초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래 한반도 정책 결정은 혼란스러웠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이 6월말이나 7월초까지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은 상징적이다. 캠벨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냈기 때문에, 국방부는 캠벨에 대한 상세한 파일을 상원 외교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지난주에야 이를 전달했다. 게다가 국방부를 떠난 이후 외국 정부, 특히 대만과 사업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사도 인준청문회 날짜가 잡히기 전에 끝내야만 한다. 게다가 상원 외교위 청문회 일정은 6월말까지 꽉 짜여져 있다.

 강경론자인 캠벨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관계가 껄끄러울 수도 있다.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 사무총장을 지내고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던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지금까지 대북정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과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결정하고 있고, 이들은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라는, 역효과를 낳은 결정의 책임자들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 외에 과거 북한문제를 다뤄봤던 2명의 고위직 관리는 맥도너 부보좌관을 보좌하는 데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관과 국가안보회의의 비확산정책을 관장하는 게리 시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 전문이다.


 북미 양자대화가 열리면 어떤 의제가 포함될 것인가? 북한의 우선순위는 6자회담 틀 속에서 아직 인도되지 않은 20만t의 에너지 지원을 받는 것일 것이다. 일본은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에 상응해 약속한 다자적 에너지 지원에서 20만t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다. 북한이 불능화의 대가로 받게 된 에너지 지원의 1/5이다. 필자는 지난 1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된 지원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불능화 과정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현재 불능화 과정은 중단됐고 북한이 원자로를 재건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이 중유 20만t을 제공하도록 하거나 20만t을 제공할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면, 북한은 현재 진행중인 원자로 재건 과정의 중단에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북한은 더이상 협상에 관심이 없고 6자회담은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약속된 20만t 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으로 이런 입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고어 전 부통령이나 리처드슨 주지사의 임무를 받아들인다면, 거래를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향한 미국의 조처들에 관심이 있는지를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군사정전위를 북한이 과거에 거듭 제안했던 상호안보위원회로 대체하는 것이다.

 법적인 평화협정을 기다리는 것은 비무장지대에서 사실상의 평화 달성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북한은 오랫동안 해왔다. 1995년 9월28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상장과 만났을 때, 리 상장은 평화협정을 기다리지 않고 정전위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북미간의 ‘상호안전보장위원회’를 처음 제안했었다. 리 상장은 위원회가 미국과 북한군에 제한되겠지만, 위원회가 작동되자마자 남북 군사공동위가 북미간 상호안전보장위원회와 병행해 작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군사공동위는 1992년 남북간에 합의됐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두 위원회의 기능적 역할은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우발적 사고를 방지하고, 군비통제와 상호신뢰 구축조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리 상장은 말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 리 상장은 남측 대표가 위원회에서 북미 대표와 동일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는 정전위와 유엔군 사령부가 해체된다면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국방위원회의 강경파들이 지금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까? 미국이 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6자회담 과정을 복원할 전주곡으로 북미 양자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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