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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2 21:45 수정 : 2009.05.22 21:45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다른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처럼 미국도 재무부를 은행 구제금융에 깊숙이 개입시켰다. 이와 관련해, 만약 은행을 구하지 못할 경우 납세자와 경제 전체에 초래할 비용이 구제금융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논쟁이 일었다. 정부의 구제 조력의 결과, 주주들은 주가의 상당 부분을 유지할 수 있었고 채권단은 손실로부터 크게 보호받았고, 또한 높은 보수를 받는 경영진들은 대체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정부가 은행들이 파산하도록 놔두거나, 구제금융을 실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통 상업은행을 인수하도록 할 수도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씨티그룹과 같은 거대 은행을 인수할 경우 해당 은행 예금자들이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 결과로 정부가 은행의 자산을 넘어서는 약 1조달러를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갑자기 보상해줘야 할 의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 은행을 붕괴시키기보다 구제금융을 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로 보이지만, 사실 은행 파산을 둘러싼 선택을 호도하고 있다. 거짓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현금으로 1조달러를 찾을 수 있다는 가정을 뜯어봐야 한다. 이는 갑자기 1조달러의 뭉칫돈이 우연히 불이 붙어 사라질 수 있다는 설명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개입해 사라진 돈을 메운다고 할 경우, 채권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거나 1조달러의 세금을 더 걷거나 하지 않고, 단지 1조달러의 지폐를 더 찍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럴 경우엔 1조달러에 대한 이자를 물지 않는 만큼 미래 정부의 부채 부담이 없다.

또한 1조달러의 화폐를 추가로 발행하는 것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위협도 없을 것이다. 새롭게 발행된 화폐는 소각된 1조달러를 단지 대체할 뿐이기 때문이다. 유통중인 화폐가 소각 전보다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요컨대 정부는 소각된 1조달러를 대체하는 데 어떤 비용도 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지난해와 올해 있었던 은행의 구제금융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매우 단순하다. 만약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묘사했던 것과 같은 두려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난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전체 예금자들에게 보상해주는 데 필요한 돈을 충분히 찍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찍어낸 돈은 실제적으론 정부 부채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새 화폐로 사라진 화폐를 대체할 뿐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키우지도 않거니와 추가적인 이자 비용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이런 방식의 가장 큰 이점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은행 경영진들이나, 이들에게 돈을 맡길 만큼 어리석었던 채권 보유자들과 주주들에게 혈세를 투입해 보상해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이는 경제적이기보다 정치적인 고려 탓일 수 있다. 금융산업은 미국에서 거대한 권력이다. 미국 재무부의 최고위 관료들의 대부분은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 한두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금융산업은 선거 때마다 민주, 공화 양당에 거액을 기부해왔다. 의회의 주요 상임위에 소속된 의원들은 금융계에 선거비용을 의지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적이었던 존 매케인 둘 다 금융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받았다.

요약하면, 미국에서 금융정책이란 더욱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기보다 금융산업의 필요를 주로 충족시키기 위한 쪽으로 정해진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너무 부패해, 조만간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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