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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9 20:42 수정 : 2009.05.29 20:43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부국장

세계의창

요즘 중국 도서시장의 ‘다크호스’는 <불쾌한 중국>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지난 3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의 선두에 올랐다. 최근 2년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을 독점한 건강이나 역사 관련 서적을 단숨에 끌어내렸다.

이 책은 1996년 출간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을 떠올리게 한다. 두 책의 주요 저자들이 겹치고, 중국을 괄시하는 서방에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두 책의 운명은 매우 다르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은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식인들 대부분은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중국 내부에 있지, 서방의 괄시나 압력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서방이 중국을 적대시하지만, 그런 압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불쾌한 중국>은 지식인들한테서도 호응을 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최근엔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조국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서방의 괄시는 이런 ‘위대한 중국’에 부적절한 것이 됐다.

두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민족주의가 이성적인 국가주의로 성장했다는 데 있다. ‘대시대, 대목표, 우리의 내우외환’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불쾌한 중국>의 관심사는 중국의 국가 이익이다. 이는 이 책을 ‘배를 곯다 강냉이 먹고 배가 부른 자들의 소리’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간과한 부분이다.

<불쾌한 중국>은 중국인들이 서방에 불쾌함을 느끼게 된 것이 바로 중국인들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며 반성을 촉구한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대부분의 나라와 민족을 가차 없이 트집 잡는다. 반면, 서방으로부터 받는 피해에 대해선 매우 관대하다. 책은 이처럼 사사건건 서방의 낯빛을 살피는 지식인들에게 식민지 인격을 고치라고 일갈한다.

책은 이제 중국이 세계의 영도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무대에서 앞잡이나 단역배우로 나서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중국에 칼을 들고, 주판을 튀기라고 제안한다. 군사력을 키우고, 경제력을 발전시키라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한쪽에선 이른바 ‘중국 위협론’을 제기한다. 이 때문에 <불쾌한 중국>은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시대에 뒤떨어진 중국의 사상과 관점을 반성하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런 사상과 관점으로는 국제 흐름을 정확히 판단해 올바른 발전 전략을 세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불쾌한 중국>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출간됐다. 알다시피 이번 경제위기의 장본인은 바로 미국과 달러다. 그러므로 미국 중심의 질서와 신화는 이미 파멸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그렇다면 중국의 지식인으로서 미국이 주도한 일극체제를 개편하고, 모두의 권리와 책임이 대등한 국제질서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게 도리에 맞지 않는가?

중국의 인문학자들은 오랫동안 세계가 주목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불쾌한 중국>은 그렇게 침묵했던 인문학적 지식인들이 사회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제 국가와 인민을 걱정하는 지식인들의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전통적인 지식인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개인과 조직의 이해에 복종하는 지식기술자들이 아니다.

<불쾌한 중국>은 학술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많이 떨어진다. 어떤 관점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이 중국 사회에 끼친 의의는 결코 과대평가됐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가 통쾌하게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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