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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5 21:51 수정 : 2009.06.05 21:51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세계의창

오는 12일 이란 국민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에게 4년 임기를 더 줄지 아니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지를 결정한다. 현재 이란이 서방 및 이스라엘과 첨예한 긴장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 결과는 중동과 세계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란 선거에서 후보들은 이슬람 가치와 공직 후보로서의 자질을 감독하는 혁명수호위원회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혁명수호위원회가 퇴짜를 놓으면 출마할 수 없다. 이슬람 공화국의 이념적 교의에 적합한 후보들만이 선거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런 구도에서도 이란에는 정치권력과 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다양한 집단이 있다. 이번 대선에선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군부 우익세력과 하타미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개혁파가 각축전을 벌인다. 군부 우익세력은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모흐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후보로 내세웠다.

아마디네자드는 재선되면 어떤 정책 변화를 추진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재선되면 석유 수입을 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지 않고 대중들에게 분배하는 포퓰리스트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란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긍정적 태도를 환영하면서도, 서방과의 긴장을 해소할 어떠한 조처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다른 근본주의자 후보인 레자이는 199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일어난 유대인 문화센터 폭탄테러에 개입한 혐의로 인터폴의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다. 레자이는 아마디네자드의 정책 대부분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담한 경제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말 외에 다른 정책이 가다듬어진 것 같지는 않다.

개혁파 후보로는 이란 국회의장을 지낸 성직자인 메흐디 카루비 후보가 있다. 그의 공약에는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시민 권리의 확대가 포함돼 있다. 또 아마디네자드가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것을 비판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중산층과 저명한 개혁파 정치인, 지식인들의 지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지지도는 테헤란에서조차 그리 높지 않다.

개혁파의 또다른 후보는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다. 그는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인 1981~1989년 총리로 재임하면서 가난한 민중들을 전쟁의 폐허로부터 보호하는 경제정책을 잘 관리해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그는 전시경제를 자본주의적 요소를 곁들인 사회주의 모델로 운영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또한 시민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확대를 약속해 중산층과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무사비의 아내인 자흐라 라흐나바르드는 네 후보의 아내 중 유일하게 남편의 선거유세에 적극 동참하면서 양성평등을 바라는 여성들에게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사비는 이란과 서방의 긴장 완화와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해왔다. 빈민층에서의 인기와 중산층·젊은이·여성들을 향한 민주주의적 태도에 힘입어, 무사비는 아마디네자드에게 실질적으로 맞설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존재는 또다른 문제다.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국내외 정책에서 최종 발언권을 가진 하메네이가 권력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대선에서 아무나 당선돼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타미와 아마디네자드가 각각 대통령이었을 당시 하메네이는 국내외 정책에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번 대선에선, 이란 국민뿐 아니라 중동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아마디네자드보다는 다른 후보가 당선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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