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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9 19:46 수정 : 2009.06.19 19:46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북한은 협상에서 한 약속을 뒤집는다고 비난받곤 한다. 그러나 북한의 시각에서 볼 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쪽은 미국이다. 이 점은 북한 군부 강경파들이 지난 6개월 동안 대외정책을 통제할 수 있었고, 내부 논쟁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점점 더 도발적인 행위들을 정당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1994년 6월~2002년 12월 거의 8년 동안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한 북한 온건파들이 우위에 서면서,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미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상징인 경수로 2기 건설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경수로는 세워지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합의를 파기했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를 해체했다.

그럼에도 북한 온건파들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과 영변 원자로 불능화를 지지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 대가로 6자회담 당사국들은 중유 60만톤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한 데 화가 난 일본이 자기 몫인 중유 20만톤 제공을 거부하면서, 온건파들은 다시 신뢰를 잃었다.

현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가 마지못해 내준 동의를 받고 평양에 갔던 1994년 6월 이래 북한과의 관계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지금 우리는 또다른 고위 사절이 긴급히 필요하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수감된 두 여기자의 석방을 협상하고 이 과정에서 긴장완화의 길을 닦을 수도 있을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에 마지못해 동의해 줄 태세조차 돼 있지 않다.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5월11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대북 임무에 대한 협조와 함께 북-미 관계의 교착상태를 깰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클린턴 장관은 “고려해 보겠다”고 했지만, 행정부는 행동을 계속 미루고 있다. 행정부의 입장은 수감된 두 기자의 사안은 “인도주의적” 문제이고 북-미간 정치·안보 문제와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비현실적이다. 이는 두 기자의 안위를 냉담하게 무시한 것이고, 북한을 압박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순진한 시도의 결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을 무시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비공식 사절이 대신 나서서 두 기자의 석방을 적극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민간 고위 사절에게는 미국이 긴장완화를 위해, 지난해 가을 6자회담의 결렬 요인이었던, 약속하고도 제공하지 않은 중유 20만톤 제공 등과 같은 ‘거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낼 권한을 주어야 한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를 현 수준에서 묶고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한 진전의 전제조건인 관계정상화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핵무기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가능성은 북한이 지난 6월13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인정한 발표로 더 커질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초기단계이고 북한이 아직 실제로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민수용 수준으로 제한하는 사찰을 위한 안전협정을 협상할 때이다.

비핵화 진전을 이루기 위해선 북한이 핵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미국의 보장조처가 필요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옵션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면 미국은 태평양에 적절한 미군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해야 할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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