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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8 21:28 수정 : 2009.06.28 21:28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만약 주식시장과 ‘이자율 스프레드’(국채와 시장금리 간 격차)를 믿는다면, 미국 경제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 서서히 회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난관은 이제 막 시작됐다. 세계화의 문제점이 제대로 고쳐지지 않으면, 부국과 빈국의 경제 전망은 똑같이 어두울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1930년대의 재현이다. 당시 많은 나라들은 높은 무역장벽을 세웠고, 고립주의로 물러서면서 모두가 피해를 봤다. 이런 시나리오는 오늘날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다음으로 나쁜 것은 작은 손질만 해도 세계화를 건전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진정한 시험은 아직 오지 않았다. 문제는 현재의 의제 아래선 세계화의 바탕에 깔려 있는 어떤 부실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금융규제와 감독은 틀림없이 강화되겠지만, 특성상 국가적 차원에 머물 것이다. 국경을 넘나들거나 규제의 틈새를 노리는 것에 맞선 보호장치는 거의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의제는 결국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은 거대한 무역흑자에 의지하지 않는 대안적 성장 전략을 채택해야만 한다. 무역(불균형)과 이민은 부자 나라들의 노동시장에 계속 압력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화로 인한 거시경제의 불균형과 금융체질 약화, 평등과 사회적 평화에 대한 역효과, 허약한 정치적 정통성은 긴장과 주기적 위기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두 가지 새로운 사태가 (세계화의) 허약함을 크게 가중시킬 것이다. 첫째,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은 금융이 안정된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경제적 활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 일부 국가에선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증하고 있는 공적부채는 경기침체의 해법을 찾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성장보다는 스태그네이션(정체)이 게임의 이름이 될 것이다.

둘째, 글로벌 리더십이 대단히 부족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높은 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 신뢰받지 못하는 경제적 모델로 절뚝거릴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역내 통합 과정에 몰두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8분의 1에 불과해, 아직 너무 가난해서 새로운 헤게모니가 될 수 없다.

역사를 통해 지배적 경제권력의 공백기에는 세계 경제 질서가 지탱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는 1·2차 세계대전 사이에 비슷한 리더십의 위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세계화가 붕괴됐을 뿐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파괴적 군사적 충돌을 겪었다.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고쳐 나가는 과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 제시된 해결 방식들은 너무나 미약하거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글로벌 리더십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세계 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하는 것 같은 너무 멀리 나간 제안들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 현실적인 제안들은 필요한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개혁의 수수께끼다.

필요한 것은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세계화에 대한 비전이다. 무역과 금융 개방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모두 국내 사회·경제적 목적들을 추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허락하는 수준의 개방을 위해 애써야 한다. 세계화를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너무 멀리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다.

금융위기는 세계화의 취약점을 발가벗겨 놨다. 한계를 고려하고 야망의 크기를 줄일 때 훨씬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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