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10 20:29 수정 : 2009.07.10 20:29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지난 6월12일 대선 이후 이란 사회와 정치 시스템은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을 뺀 나머지 세 후보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신뢰할 만한 투표 시스템과 실제 결과라고 단정할 만큼 믿을 수 있는 개표 과정이 없었던 탓에 대규모 선거부정을 시사하는 여러 증거들이 쏟아졌다.

첫째, 선거 이전부터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아마디네자드를 상당히 앞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들이 꽤 있었다. 이란 안팎의 여러 독립적인 여론조사 기관들이 무사비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다.

둘째,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80%대를 웃돌 만큼 전례 없이 높았다. 경제정책 실패, 끔찍한 대서방 외교, 핵 문제 등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발길을 투표소로 이끈 주요 이슈들이었다.

셋째, 비정상적인 투표에 대한 보도가 넘쳐났다. 투표를 지연시키고, 마감시간도 되기 전에 투표소 문을 닫고, 유효 투표수가 등록 유권자 수를 넘어선 곳도 많았다.

넷째, 무사비는 투르크어를 쓰는 아제르바이잔 출신이며, 이 지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동향 출신에게 투표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란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무사비는 출신 지역에서 참패했다.

나아가, 이번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다른 강력한 정황들이 많다. 투표일 전부터 이란 내의 인터넷과 전자통신 시스템들이 정부에 의해 통제됐다. 국영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대중매체에 대한 접근권이 차단돼, 개혁파 후보 지지자들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휴대폰 단문메시지(SMS) 등에 의존해야 했다. 선거일 하루 전에는 휴대폰 단문메시지 서비스가 중단돼 아직껏 복구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현 정부의 선거 조작 의도를 암시한다. 투표 마감 2시간 만에 나온 ‘아마디네자드 승리’ 발표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헌법에 반하는 성급한 선거 결과 추인도 실제 결과를 뒤집고 조작하려던 사전 계획을 드러낼 뿐이다.

현 정부는 왜 그런 선거부정을 필요로 했을까? 답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사회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이슬람혁명은 그야말로 거대한 사회·정치적 지각변동이었다. 혁명과, 곧바로 이어진 이라크와의 8년에 걸친 전쟁은 모든 이란인들이 시민적 권리를 자각하고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대선 이후 테헤란과 다른 도시들에서 벌어진 일들은 바로 그런 이란인들, 특히 젊은 세대와 여성들이 정치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하고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가 짓밟힌 것이다.

이들의 계급과 계층은 다양하다. 일부는 20세기 들어 이슬람혁명 이전까지 팔레비 왕조 때 생성된 도시 중산층이다. 그들 상당수는 이슬람혁명이 가져다준 교육과 경제적 기회를 지렛대 삼아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가능한 집단이다. 시위대에는 또 사회 정의와 더 많은 개인적 자유를 추구하는 수많은 노동자 계급이 포함돼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여성들은 여성혐오적 정책에 의해 갑절이나 더 억압받아 왔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권리 회복을 위한 투쟁의 선봉에 선다.


이란의 보수파들은 압도적 다수 국민들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외면하고 권력을 독점해 왔다. 그럼에도 최근 15년간 이란에선 민주적 각성을 바탕으로 시민적 권리를 요구하는 거대한 중산층이 발전해 왔다. 보수파는 총과 민병대를 동원해 단기적으로는 민중 시위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민중이 우세하게 될 것이다. 보수파가 투표를 가로챌 수는 있을지언정, 민중들 사이에 한 번 싹튼 자유와 인권 의식까지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