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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30 21:38 수정 : 2009.07.30 21:38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청소년은 가정의 미래이자 사회의 미래이다. 그래서 그들의 현재 모습은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한다. 중국청소년연구중심이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의 관련 단체와 함께 각각 1000여명의 중고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 명제의 진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청소년은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의 능력이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미국에선 92.2%, 중국에선 85.6%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에선 69.2%, 일본에선 52.9%에 그쳤다. ‘자신의 미래를 믿는다’는 비율 역시 중국 41.3%, 미국 37.8%, 일본 21.8%, 한국 20.1%의 차례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청소년의 현실에 대한 만족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현재 생활에 고민거리가 없다’는 청소년의 비율은 중국에선 5.9%에 그쳤으나, 미국은 22.5%, 한국은 18.6%, 일본은 16.2%로 나타났다. 중국의 청소년은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해선 낙관적이나 현재 모습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는 것을 대략 엿볼 수 있다.

중국 청소년의 현실에 대한 불만은 치열한 학습경쟁에 있는 듯하다. 중국 청소년의 78.3%는 매일 8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생활한다. 학습열로 유명한 한국의 57.2%보다도 높다. 미국과 일본의 청소년에겐 이런 상황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요즘 중국의 청소년은 초등학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시달린다.

중국의 청소년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행복하지 않다. ‘부모와 자주 교류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은 82%, 한국은 73.8%, 미국은 70.1%의 청소년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에선 54.8%에 그쳤다. 대다수 중국 청소년은 자신의 고민을 하소연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중국의 청소년은 대체로 부모한테서 칭찬보다는 질책을 받는다. 미국과 한국의 청소년은 부모의 칭찬이 많고, 질책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청소년은 부모의 칭찬도 적고, 질책도 적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의 청소년은 대부분 자신에 대한 부모의 평가와 학교의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고 느낀다. 부모가 자식의 사정을 모른다는 얘기다.

네 나라 청소년은 살면서 모두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 원인은 제각각 다르다. 한국의 청소년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응답이 가장 높다. 그 비율이 무려 89.4%를 차지했다. 미국의 청소년은 주로 못생긴 외모 때문에 괄시를 당한다. 하지만 중국에선 청소년의 학교 성적이 그에 대한 사회적 대우의 높낮이를 결정한다.

중국의 청소년은 장래를 선택할 때 부모의 간섭에 시달린다. ‘자신의 앞길을 결정할 때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비율은 미-한-일-중 차례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이 90.3%로 가장 높았고, 한국과 일본이 각각 77.5%, 61.1%를 차지했다. 중국은 그 비율이 43.5%에 그쳤다.


사실 중국의 부모가 자식의 장래 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중국 어머니’란 단어는 비교를 좋아하고 간섭을 잘하는 부모를 일컫는다고 한다. 이는 아마 중국의 뿌리 깊은 문화와 오랫동안 실행해온 ‘한 자녀 갖기 정책’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네 나라 청소년의 모습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청소년은 미래는 밝으나, 거기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미국의 청소년은 미래도 밝고, 가는 길도 평탄하다.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은 미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아마 별로 걱정할 게 없어서일 게다.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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