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03 21:05
수정 : 2009.08.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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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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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조만간 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리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몹시 실망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정치권은 당장 무역협정에 관심이 없다. 오바마 행정부도 최소한 2010년 의회 중간선거까지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무역협정은 미국에서 매우 좋지 않은 대중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미국은 덜 교육받은 노동력을 희생해, 가장 높은 교육을 받은 분야의 노동력에 소득을 더 몰아줄 목적으로 선택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구해왔다. 또, 무역정책은 무역 상대국이 더욱 엄격한 특허권과 지적재산권 보호 조처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제약업체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산업의 이익을 적극 옹호해왔다.
30년 동안 펴온 이런 일방적 무역정책은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크게 떨어뜨렸다. 1980년 이후 생산성은 거의 두 배나 뛰었지만, 노동자 대부분의 실질임금은 10% 미만 증가했을 뿐이다. 커다란 수혜를 입은 계층은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그 밖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패자가 됐다. 일반 미국인들은 제조업 일자리가 빠르게 국외로 옮겨가 자신들 임금에 대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외국의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에게 문을 여는 무역협상을 타결한다면, 미국의 잠재적 수혜자들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충분한 수의 외국 의사들이 미국에 들어온다면 의사들의 임금은 유럽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고, 미국 의료 소비자들은 건강보험료로 연간 800억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역협정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협정들은 소득을 위로 몰아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이 협정들은 대중에게 인기가 매우 낮다. 그러므로 의회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비준하는 것을 몹시 꺼리게 될 것이다. 특히 실업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접근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심지어 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CAFTA)처럼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무역협정조차도 거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협정을 맺은 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액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1%를 조금 웃돌 뿐인데도 그렇다. 부시 행정부는 이 협정의 의회 비준을 위해 의원들의 지역구에 특혜를 줘가며 표를 구걸해야만 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도 미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끼치겠지만(이미 대부분의 한국 제품들이 거의 제약 없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보다 미국에 훨씬 큰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의 비준을 얻으려 한다면 매우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다. 한국과의 협정으로 큰 이익을 보는 수혜자가 적기 때문에 의회 비준을 위한 적극적 로비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제약업계는 분명히 한국에 더 많은 약을 팔아 이익을 내길 희망한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전국민 건강보험 개혁이 논쟁중인 상황이어서 한국과의 무역협정에 큰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 금융산업은 자유무역협정의 결과로 한국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당장 더 많은 구제금융을 확보하고 지나친 규제로부터 벗어나는 데 힘쓰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한 의회 비준을 밀어붙일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이미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규제, 지구온난화 법안으로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무역협정에 대한 미국 쪽 비준은 2011년에나 추진될 것이다. 조만간 비준이 추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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