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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10 20:15 수정 : 2009.08.10 20:15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 소장

지난 4월 보수적 시각을 가진 일제 아이그너 독일 농업장관은 2주 사이에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결정을 내렸다. 4월 중순 그는 몬샌토가 개발한 유전자조작(GM) 옥수수 ‘MON810’의 재배를 금지시키더니, 2주 뒤에는 바스프의 유전자조작 감자 ‘암플로라’의 재배는 허가했다.

첫번째 결정은 당연히 녹색당 정치인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0년간의 유전자조작식물 반대 투쟁의 큰 성과로 환영했고 몬샌토는 법적 대응을 밝혔다. 반면, 두번째 결정은 정반대의 반응을 낳았다. 흥미롭게도, 몬샌토 독일 자회사의 홍보·정책국장은 유전자조작 감자 재배 허가에 대해 “바스프와 농민들이 암플로라 감자 재배를 허가받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 사이의 연대의 표시인가?

몬샌토는 농작물 연구에 바스프와 협력해 왔고, 지난 3월에는 바스프와 공동개발한 ‘세계 최초 생명공학 가뭄 내성 곡물’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표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유전자조작 감자는 광택지 코팅이나 옷감 마무리 및 접착성 시멘트에 쓰이는 녹말인 아밀로펙틴 생산에 주로 쓰인다. 암플로라 감자는 맛과 향이 형편없어서, 결코 식용이나 동물 사료용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 업체들은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우선 인류의 혜택을 강조하면서, “비록 상당히 가능성이 낮다”지만 남아 있는 위험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암플로라 감자는 씨도 없고, 유럽에 비슷한 야생종도 없기 때문에” 위험이 전혀 없다며 윤리적 논란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반면 독일의 최근 몇년의 사례는 유전자조작 감자는 통제할 수 없고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통제가 계속됐지만 암플로라 감자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바스프는 암플로라의 허가를 얻기 위해서 시험재배지를 애초 계획한 155㏊에서 20㏊로 줄이고, 독일 곳곳 대신 동부 한곳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더 폭넓은 범위의 거래가 의심된다. 몬샌토와 바스프의 연구 협력을 고려하면, 옥수수 포기는 이익이 훨씬 더 큰 감자의 허가를 받기 위한 대가라는 추측을 낳는다.

유전자조작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지 않은 미국과 달리, 유럽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농업장관은 상충하는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것을 기대받는다. 따라서 암플로라 허가는 옥수수를 금지시켜야만 정치적으로 가능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부는 이중성에 직면한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는 강력한 기업가 집단과의 긴밀한 협력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의 이익을 지키도록 압박을 받는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몇년마다 선출돼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체제에 효과적 통제를 가하는 방법 등을 통해 거대 기업에서 독립적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포퓰리즘은 불가피해 보이며 감정의 조작을 수반한다. 반복되는 “토론의 탈감정화” 요구조차 권력투쟁의 일환이며,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른바 객관적인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정치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많은 유전자조작 반대 그룹과 활동가들도 똑같은 이중성의 덫에 걸려 있다. 자신들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악용하거나 감정 조작이라는 똑같은 무기를 쓰도록 내몰리는 것이다. 양쪽 모두 전문가가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를 갖고 있을 때 대중은 막다른 대치를 경험한다. 대신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객관적이고 추상적인 과학성 대신에 우리의 진정한 감정에 따라 나가야 한다.

홀거 하이데 독일 사회경제행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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