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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3 21:44 수정 : 2009.09.03 21:44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지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이후의 세계경제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때 우리는 다소 탈세계화한 세상에 살게 될 공산이 크다. 국제교역의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외부 금융 의존도는 줄어들고, 부자 나라들도 더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들은 불행한 마법에 걸리게 되는 걸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은 세 가지 특징적 변수가 있다. 첫째, 외화 차입으로 추진하는 성장이다. 둘째, 원자재 ‘붐’에 의한 성장이다. 셋째, 경제구조 조정과 산업생산품의 다양화에 의한 성장이다. 그러나 앞의 두 모델은 결점이 많은데다 지속적이지도 않다. 외화 차입으로 한동안 분에 넘치게 살 수는 있겠지만, 현명한 전략은 아니다. 외국 자본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평가된 환율과 주택·건설 투자에 기초한 잘못된 성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높은 원자재 가격에 의한 성장은 가격 형성의 순환주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면서 붕괴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6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나라들은 신제품 다양화 전략을 써왔다. 이 나라들은 제조업과 2, 3차 산업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국내에서 생산성이 높은 산업 분야의 고용을 늘렸다. 또 건강한 경제기초뿐만 아니라 환율의 평가절하와 산업정책, 금융통제 등을 통한 생산적 정책을 추구했다. 중국은 이런 정책적 접근의 모범이다. 중국의 성장은 고도화한 산업 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빠르게 산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대외 불균형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준 주요 원인이었다는 건 이제 새로울 게 없는 교훈이 됐다. 세계경제가 안정적이려면 앞으론 무역수지의 대규모 불균형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세를 회복하면 수출에 다시 박차를 가할 필요가 생긴다. 과거 미국과 몇몇 선진국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용인하며 이런 압박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에 이런 전략은 이제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들의 성장과 글로벌 경제의 안정성은 서로 모순되는 것일까? 개도국들이 공산품 수출을 크게 늘리려는 욕구는 교역수지 불균형을 더는 용인하지 않으려는 세계경제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걸까?

개도국 성장이 무역흑자의 규모나 수출량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필연적인 갈등은 사실상 없다. 문제는 국내수요가 커지는 만큼 산업제품과 서비스의 생산도 제약 없이 확대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화가치 저평가는 생산을 촉진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수를 위축시키는 단점이 있다. 산업생산을 직접 촉진함으로써, 단점은 빼고 장점만 취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수단이 여럿 있다. 사회기반시설 투자로 생산요소 투입 및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명료한 산업정책도 유력한 수단이다. 개도국들이 경쟁력을 우려하지만, 산업활동을 더욱 촉진하는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는 한 자국 통화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새로운 세계와 국제정책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개도국들의 성장잠재력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세계와 국제정책이 암시하는 것 중 하나는, 개도국들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효과적인 산업정책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란 점이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외부의 정책참여자들이 더욱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산업정책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줄이는 길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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