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9.08 20:58 수정 : 2009.09.08 20:58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벤 버냉키를 4년 임기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재지명한다고 밝혔다. 버냉키는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이 공급되도록 특단의 조처를 취함으로써 총체적 금융붕괴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기상황 속 성과를 고려할 때, 그의 연임은 예상됐다. 버냉키가 완전한 경제붕괴를 막은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이런 칭찬은 그가 미국과 전세계를 금융 대재앙 직전까지 몰고 간 정책들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버냉키와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추구한 잘못된 정책의 직접적 결과로 전세계에서 수천만명이 수년간의 실업과 불완전고용에 직면해 있다.

경제재난의 원인은 간단하다. 연준은 8조달러의 주택시장 거품이 2006년에 터질 때까지 방치했다. 쉽게 거품을 인지할 수 있었고, 이 정도 규모의 거품이 꺼지면 심각한 경기후퇴로 이어질 것은 명백했다. 지난 100년간 미국의 집값은 대략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올랐다. 2006년 거품의 최고점에서, 주택 가격은 물가상승을 반영하고 나서도 10년 전 수준에 비해 70% 이상 올랐다.

이런 전례없는 가격 급등을 그럴듯하게라도 설명할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게다가 임대료는 물가상승을 넘어서지 않았다. 부실대출의 홍수가 거품을 부풀린 것 역시 비밀이 아니었다. 신용기록에 문제가 있는 중간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2000년대 초 8%에서 2006년 25%로 확대됐다. 소득이 불규칙한 소기업가를 주로 상대로 한 ‘알트-에이’ 모기지도 2~3% 수준에서 2006년 15%까지 늘어났다. 이런 투기적 분야의 전례없는 막대한 성장에 대해 연준과 다른 규제기관은 다양한 경고벨을 울렸어야 한다.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했다. 2006년까지 이 거품은 미국 경제의 주요 추진력이었다. 통상 국내총생산(GDP)의 4%를 밑도는 주택건설은 6% 이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8조달러에 이르는 주택자산의 거품은 소비를 부추기고, 저축률을 마이너스로 돌려놨다. 주택자산 거품으로 발생한 초과소비의 규모는 한해 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품의 붕괴로 주택건설은 국내총생산의 3% 이하로 떨어졌다. 거품 최고점에 비해 연간 4500억달러 이상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소비가 주택자산 손실에 완전히 반영되면, 수요 감소는 추가로 5000억달러가 발생해 총 9500억달러, 국내총생산의 6%에 이르게 된다.

거품이 꺼졌을 때 도대체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어떻게 주택가격 폭락이 투기적 모기지에 노출된 금융기관들에 재난적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주택가격이 30~40% 떨어졌을 때 이런 모기지들이 대규모로 채무불이행 된다고 놀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버냉키는 분명히 놀랐다.

그는 2002~2005년 연준의 이사 7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2006년 1월 연준 의장을 맡기에 앞서 2005년에 7개월간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도 지냈다. 이 전체 기간에 버냉키는 거품을 제어하기 위한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2005년 가을 연준 의장으로 물망에 올랐을 때 주택시장에 거품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한마디로, 전세계 경제정책의 역사에서 최대 실책 가운데 하나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버냉키가 연준 의장으로 재지명된 것이다. 미국에선 이것이 실패에 대한 처벌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