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12 21:03
수정 : 2009.10.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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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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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는 2006년 10월 “이제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놓고 국가적인 토론을 벌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소는 갔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아소를 대체했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핵 매파(강경파)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한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의 (실질적) 보스는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일본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이끌 수도 있는 더 많은 방위력을 주장해왔다. 빈틈없는 정치인답게 민감한 핵 이슈에 대해선 치고 빠지기를 거듭했지만, 2002년 4월 한 정치집회에선 “우리는 핵발전소에 많은 플루토늄을 갖고 있으며, 3000~4000개의 핵탄두를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는 퇴임 뒤 나와 한 몇 차례 개인적인 대화에서, 오자와의 핵 ‘의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일본이 ‘보통 국가’가 되어 평화유지 목적의 일본군 해외파병을 허용해야 한다는 오자와의 주장은 교전권을 불허하는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의 폐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미야자와는 말했다.
1994년 3월 주간지 <아에라>와 한 인터뷰에서 미야자와는 “일본이 군대를 갖게 되면, 결국 핵무기 보유가 가장 경제적인 방어 형태라는 논쟁이 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에서 징병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지원병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안보정책을 수립할 때 미야자와의 경고를 명심해야 한다.
일본의 또다른 핵 논란은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일본의 핵 매파는 이에 따라 일본 자체의 핵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단계적인 전세계 군축과정의 하나로 미국의 핵 군축을 추진중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미 국방부가 12월 의회 제출을 위해 작성중인 ‘핵 태세 검토’를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몇몇 최고위 정책담당자들은 현재 일본에 적용중인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을 ‘핵심 억제’(core deterrence) 전략으로 대체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핵심 억제’ 전략이란, 일본이 핵무기로 공격받았을 때에만 보복 차원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쓴다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받을 때에는 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전세계적 차원에서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마모토 마사루 세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월드 폴리시 저널>에 쓴 글에서 강조한 것처럼, 일본의 핵 매파는 현재까지의 전략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일본은 줄곧 국제적인 군축협상에서 ‘핵 선제사용 금지’(No first use)에 반대해왔다. 일본은 미국이 94년 북한과 맺은 제네바 합의문 3장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선제사용 금지’를 약속한 것에 실망했었다. <요미우리신문>의 2003년 8월 보도를 보면, 당시 일본 외상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이를 번복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그런 약속을 받지 못한다면, 북-미 관계 정상화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워싱턴은 핵 태세 검토 과정에서 일본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 국방부의 매파들은 ‘핵심 억제’와 ‘선제사용 금지’로의 전환이 일본을 핵무장 국가로 이끌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이러니지만 핵폭탄의 유일한 피해국이 ‘핵 없는 세계’ 실현의 방해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다마모토는 썼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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