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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7 21:17 수정 : 2009.10.27 21:17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금융위기 동안 짖지 않았던 ‘개’가 한 마리 있었다. 바로 보호주의다. 보호주의에 대한 많은 비난이 있었지만, 여러 나라가 수입품에 눈에 띌 만한 약간의 무역장벽을 부과했다. 그러나 사실 세계경제는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만큼 여전히 개방적이다.

보호주의는 보통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번창한다. 경기 하강과 실업률 증가에 맞닥뜨린 정부들은 국제적인 의무를 준수하기보다는 국내 압력단체들에 훨씬 더 민감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인정했던 것처럼, 무역제한 조처는 경기 침체기 동안엔 일자리를 만들어내거나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극한 조건 아래서 한 나라에 바람직한 것이 세계경제엔 크게 해가 될 수 있다. 모두가 무역장벽을 세웠을 때, 무역은 붕괴한다. 모두 패자가 된다. 재난의 보호무역주의 ‘난투극’이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켰던 것도 이런 이유다.

많은 이들이 규모에선 그리 크지 않을지라도 뭔가 비슷한 일들이 오늘날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불평한다. 세계무역경보(GTA)란 단체는 그 최전선에 서서 ‘보호주의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타나면 비상벨을 울린다. 이 단체는 최근에 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192건의 보호무역주의 조처가 취해졌다고 밝혔다. 많은 사례가 중국에 몰려 있다고 주장한다. 이 수치는 경제지에서 폭넓게 인용됐다. 보고서의 내용은 문자 그대로 각국 정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자 무역체제와 맺은 약속을 거의 포기했다고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무역경보가 제시한 수치를 좀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 보호무역주의라고 할 만한 근거가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2건 가운데 대부분은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의 결과로서 실시했던 구제금융의 간접적 결과들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러한 수치들이 위기 이전의 경향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높은지조차 알지 못한다. 세계무역경보 보고서는 우리에게 지난해 11월 이후에 얼마나 많은 보호무역 조처가 이뤄졌는지만을 말할 뿐, 이전의 수치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이 최근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어떤가? 미국 노동조합들이 요청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첫해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높은 관세를 매기기로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보호주의 논쟁에 불을 붙이면서 폭넓게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되기 쉽다. 타이어 관세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 당시 미국과 합의했던 특별 협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처다. 미국은 중국 수출품에 의해 시장이 혼란해지면, 일시적 보호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또 이번 조처는 중국의 대미 수출 가운데 0.3% 미만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현실은 국제무역체제가 대공황 이후 가장 커다란 시험을 당당히 통과했다는 것이다. 소소한 보호무역주의 사례를 들어 불평하는 무역 분석가들은 수천명을 숨지게 한 지진의 여파로 부서진 장난감에 대해 애처롭게 우는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보호무역에 맞선 전투는 지금까지 승리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위기가 완화하면서 세계경제가 직면한 핵심적인 도전들을 여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그러한 도전들이란 끊임없이 제조업 제품들을 생산할 필요가 있는 중국과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 미국 사이에 불가피한 충돌이다. 불행하게도 정책 결정자들은 이러한 진짜 위협에 맞닥뜨릴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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