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06 20:45
수정 : 2009.11.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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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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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가격은 이미 경제위기 직전 수준까지 폭등했다.
당연히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연봉이 십만위안(약 1750만원)인 화이트칼라 계층도 베이징에서 집을 사려면 먹고 마시지 않더라도 십몇년을 벌어야 한다. 연봉이 1만~2만위안인 노동계층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부동산 가격은 더 올라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전문가는 한 부동산 관련 포럼에서, 장모가 부동산 가격을 높인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 아가씨가 대학 또는 석사·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결혼 상대는 당연히 재능과 학력이 서로 맞고 나이도 적당한 남자다. 모두 좋지만 돈 문제가 걸린다. 수입이 적은 것도 아니고 돈이 적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집값을 고려하면 마땅치 않다. 두 사람이 먹고 마시지 않는다 해도 신혼집을 사려면 적어도 10년, 길게는 20~30년은 걸려야 한다. 아가씨는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람만 보고 집을 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가씨의 어머니는 현실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다.
그래서 장모가 집값을 높인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장모가 재물을 밝힌다고 나무랄 수도 없다. 만약 집값이 싸다면, 5~6년 전 수준만 되어도 남녀 두 사람만의 노력으로 집을 살 수 있어 결혼할 땐 사람만 보면 된다. 집값이 너무 높아 아무리 해도 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집을 보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보고, 집도 본다. 보고 또 보니 집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집을 가진 사람은 결혼 적령의 젊은이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결혼 대상의 범위를 40살 정도로 넓혔다. 집을 가진 적당한 나이의 남자(적당한 나이의 젊은이라 하기엔 민망하다)는 한눈에 가득하다.
눈이 맞아 자세히 알아보면 모두 남의 남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랑을 하고 사랑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남의 남편인 건 따지지 않는다. 숨어서 지하의 연인이 되어 슬그머니 치욕을 참으면서도 사양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변화가 일어나 그가 자신의 남편이 되기를 바란다. 몰래 연애하더라도 둥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첩이 집값을 높인다는 말이 생겼다. 대부분의 첩은 아내가 될 꿈을 꾸지만 결국 파멸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눈물을 삼키고 한을 품은 채 지하공작방(몰래 연애하던 집)을 받고 헤어지는 것이다. 거울에 자세히 비춰보니 청춘은 사라졌다.
아직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은 고독을 선택한다. 열심히 일하고 고생해 돈을 벌어 신혼집 한 채를 사지 못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 일도 생기고 집도 생겼다. 그러나 거울에 비춰보니 이미 가엽게도 흰머리가 생겼다. 나와 나이가 맞는 남자는 이미 40살 이상 50대, 60대로 달리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동거를 생각하니 적령기의 연하남들은 많다. 이 연하남들도 뜻이 있다. 뜻을 굽히며 양보한 것은 신혼집을 하나 마련해 장모님의 마음에 들게 된 뒤 어린 신부를 얻기 위해서다. 게다가 계속 연상 애인의 집에 있자니 심리적 문제가 생긴다. 다른 둥지가 있어야 말이 된다.
그래서 동거가 집값을 높인다는 말이 생겼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가씨가 노처녀가 되고 아들이 노총각이 될까 두려워 나이 든 부모는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아들딸에게 집 계약금을 지불해준다. 부모의 사랑이 집값을 높인 것이다. 자식은 부모가 노년을 편하게 지내게 하려고 헌 집을 개조해 새집으로 바꾼다. 효도가 집값을 높인 것이다.
집값은 백성들이 스스로 높인 것이다. 울며불며 높인 것이다.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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