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3 22:16
수정 : 2009.12.13 22:16
|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
여러 가지 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이 개입했던 이라크전 또는 어떤 다른 전쟁들보다 훨씬 곤혹스럽다. 애초 미국은 9·11 테러의 범인들을 붙잡고 미국에 대한 추가적인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이 전쟁을 벌였다. 탈레반이 숱한 살인, 극단적인 여성 억압, 인종청소, 인류 문화유산 파괴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질러온 집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탈레반은 미국의 반공주의적 조처들, 특히 아프간에서 옛소련을 몰아내기 위한 시도가 낳은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소련군이 아프간에서 패퇴한 뒤, 소련과 맞서 싸웠던 급진적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아프간 영토 전반을 장악하고 국민들에게 엄격한 이슬람법을 들이댔다. 탈레반은 비록 혹정이지만 아프간 국민에게 안정과 ‘법치’를 제공했다. 대다수 아프간인들은 정부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끝내는 압제정부가 더 낫다는 믿음으로 탈레반 통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탈레반은 알카에다를 끌어들이고 지원함으로써 자신들의 열성과 몽매한 행위들을 바깥 세계에까지 수출했다.
2001년 당시 미국은 아프간 침공의 목적이 9·11 테러의 책임자들을 찾아내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라고 선언하며 전쟁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정당화의 명분을 유지하고 있는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아프간에 주둔중인 6만8000명에 더해 3만명의 병력을 추가로 파병할 계획이다.
이것은 참으로 복잡한 문제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아프간, 나아가 지역과 세계에 개입하는 패권의 속성이다. 미국은 전쟁에 중독된 것 같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힘을 행사하기 위해 준영구적인 전시상태에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 중독을 줄이려 애써왔지만, 급작스런 마약 끊기는 불가능하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적대적인 세상에 대한 방어적 수단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조처들을 하지 않는 ‘자유세계의 지도자’를 이해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재선을 바란다면 싫든 좋든 기존 방식을 밟게 될 것이다.
둘째,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보완해줄 가치가 있는 것인가? 최근 아프간 대선의 대혼란은 30여년 전 미국이 개입했던 남베트남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더욱이, 어떤 수단으로도 탈레반 격퇴가 불가능한 현실, 그리고 탈레반 일부가 파키스탄으로 쫓겨나면서 빚어진 혼란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지역에서의 미국의 무능력을 시사한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아프간 전쟁을 확대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그나라 국민들은 이 전쟁에 등을 돌리고 있다. 파병 군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전쟁 목표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설이자 비극인 것은, 연합군이 당장 또는 가까운 장래에 전쟁을 중단할 경우 아프간 국민 다수가 실로 비참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점이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뒤따를 혼란은 엄청날 것이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더욱 고무돼 극단주의적 압제를 복구하고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접근은 한시적 수단일 뿐이다. 아프간에서 절박한 것은 경제개발과 교육의 확대다. 아프간인들이 탈레반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일상생활에서의 안전 때문일 것이다. 만일 단순히 안전을 넘어 경제발전과 교육으로 가족의 삶이 점차 개선되는 것을 본다면, 아프간 국민은 자신들의 한복판에서, 마음속에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그들 자신의 손으로, 기꺼이 탈레반을 축출할 것이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