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29 19:51
수정 : 2010.02.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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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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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리찬복 인민군 상장(중장급)은 내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두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미국이 전략·전술 핵무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핵무기 사용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 둘째, 일본이 빠른 속도로 재래식 군사력을 확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핵발전은 핵무기 개발을 주장하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핵 매파에 힘을 실어주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방부 핵 매파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이 군사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은 양국의 핵탄두를 각각 1500개 정도로 낮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핵감축론자들이 주창한 1000개 이하보다는 많은 숫자다.
일본에서는 (자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새 국방전략은 자위대의 독자적 판단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휴스(영국 워릭대 교수·국제정치 및 일본 전공)는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책에서 일본 군산복합체에 대한 민간 통제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핵무기 통제론자들은 미국의 핵무기 우선사용 금지를 주장해 왔다. 또 생화학무기 공격을 당하더라도 미국은 재래식무기 이외의 핵무기 반격은 배제해야 하며, 이밖에 유럽의 7개 핵폭격기 기지 철수, 핵폭격기 및 핵잠수함 감축 등을 주창해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오바마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오바마의 비전을 강조하면서 오바마가 이런 이슈들을 핵무기 제한론자들과 상의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핵 보유 정도를 놓고 내부투쟁이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행정부 안에서 국방부의 손을 들어줄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국방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이 단지 약간만 줄어들 것은 명백하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의 재무장도 재래식 군사력에 맞서 일본의 핵억지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일본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514억달러다. 이는 미국, 프랑스, 영국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다. 휴스는 일본의 국방비에는 이외에도 숨겨진 게 있다고 주장한다. 징집유예 비용 명목으로 (일반인들로부터 거둬들여) 군사장비 개선 등에 쓰는 돈이 국방예산의 60%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육군 자위대는 병력구조를 해외작전에 유용하도록 변환하려 애쓰는 중이다. 휴스는 “로켓탄에도 끄떡없는 50t M-90 탱크, 44t TK-X 탱크, CH-47A 헬리콥터, F-2 전투기, 공중 재급유가 가능한 4대의 KC767기 등의 구입이 2009년 (일본) 국방예산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일본의 주요한 군사지표 가운데 하나는 구형 F-4 전폭기를 중국의 SU-27기를 능가하는, F-22 랩터로 바꾸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지금까진) 일본의 이런 시도를 막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F-22가 일본 항만에 들어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이 고성능 전투기와 이를 뒷받침할 스텔스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일본의 군사적 야망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스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민주당이 일본의 국방전략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일본의 강력한 재무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아가 핵무장에 대한 고려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다”라고.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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